EZ EZViwe

기지개 켜는 한나라당 잠룡들!

김문수-정몽준 反박근혜 연대 시동…당권-대권 분리 놓고 충돌 조짐…친이계, 金-夢 중심으로 모일까?

김부삼 기자  2011.05.25 11:01:08

기사프린트

한나라당이 전면적인 당 쇄신과 함께 당내 권력구도의 완전한 새판 짜기를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4.2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중도-소장파 세력이 신주류세력으로 부상한 상황이며, 정권의 2인자를 자처했던 이재오 장관을 비롯한 친이계 개국공신들은 정권 실패의 책임론에 휩싸여 2선 후퇴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중도-소장파의 친박화로 진행되고 있으며 몰락 직전의 친이계로 하여금 새로운 활로모색에 나서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나라당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간 연대설이 불거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19일 정몽준 전 대표가 김문수 지사 초청으로 경기도청에서 ‘희망의 경기포럼 강연회’를 가진 것.

김문수 지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당권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어 이날 정 전 대표 강연회가 ‘反박근혜 연대’의 초석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날 오후 박근혜 전 대표와 사실상 친박진영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황우여 원내대표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회동했다는 것이다. 상황만 놓고 봐서는 김문수-정몽준(新 친이계) vs 박근혜-황우여(친박-쇄신파 연합)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각각의 회동에서 김문수-정몽준 두 사람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박근혜-황우여 두 사람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당헌 개정의 문제 차원에서 바라볼 일이 아니다. 사실상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유지케 함으로써 김문수-정몽준 두 잠룡의 당권 도전에도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의 재결집을 원천봉쇄, 대권까지 ‘박근혜 단일 대안론’으로 대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김문수-정몽준 연대 강화, 당권-대권 분리 철폐 합심

김문수-정몽준 두 사람은 지난19일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회동,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철폐 필요성에 대해 입장이 같음을 확인했다. 서로를 추켜세우는 인사말로 시작한 회동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연대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시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연대설과 관련 김문수 지사는 “한나라당에 들어올 때부터 연대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나는 이회창 후보를 도왔고, 정 대표는 따로 나와서 우리를 안 도왔지만 입당 후에는 당대표도 하시고 지난 선거 때는 저를 직접 도와줬다”고 친분을 과시했다. 이에 정몽준 대표도 “지방선거 때 같이 유세하면서 선거라는 것은 어떤 사람을 아는 좋은 기회 같다”며 “선거 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진면목을 볼 좋은 기회라고 본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김 지사께서는 겸손하고 편안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어려움에 있는데 김 지사께서 이야기한 것을 언론을 통해 보고 알게 됐다”며 “우연인지 저하고 생각이 비슷한 점도 많다. 그런 것도 제게 위로도 되고 격려도 되고 힘을 받기 때문에 김 지사를 자주 뵀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이 상호 깊은 호감을 확인한 후 두 사람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정 전 대표는 “당권대권이 분리되면 ‘관리형 대표’만 나온다”며 “그런 규정은 상식에 맞지 않고,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전 대표는 “지금 변화, 쇄신을 말하는데 이러한 변화를 추진할 중심세력이 한나라당에는 없다”며 당내 실질적 주류세력이 중심을 잡아야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지사도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다. 김 지사는 “당이 구조적으로 7명의 발을 묶어 두는데 그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느냐”며 “대선에 나올만한 사람이 다 당을 못 끌면 누가 당을 끄는가. 주류가 누구고, 리더십이 누구인가.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 지사는 다만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며 자신의 당권도전 여부와 무관하게 당을 위해 당권-대권 분리규정이 폐지돼야 함을 강조했다.

◆박근혜, 당권-대권 분리 규정 유지 천명...김문수-정몽준 플랜B에 발목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소장파-‘새로운 한나라’ 등 신주류세력이 이 같은 당권-대권 분리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같은 날 오후 박근혜 전 대표는 황우여 원내대표와 회동을 통해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브리핑하며 박 전 대표가 “쇄신의 명분과 원칙을 상실하면 안 된다. 정당 정치의 개혁에 있어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음을 덧붙여 전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있어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같은 규정은 지난 2005년, 박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고 있을 당시 만들어졌던 것이다. 당시 박 대표는 ‘제왕적 총재’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며 정당개혁 차원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즉 박 전 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를 만나 “정당 정치의 개혁에 있어서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은 ‘대선주자 당대표=제왕적 총재’의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음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유지하려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문수-정몽준 두 사람으로서는 씁쓸한 상황이겠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지켜지는 것은 친이계로서도 나쁠 것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만일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당권을 잡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정치권의 압도적인 관측이다. 그렇게 된다면 친이계로서도 좋을 것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박 전 대표 표현대로 ‘당대표가 제왕적 총재’가 되는 상황이라면 친이계도 더 이상의 활로모색은 힘들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문수-정몽준 두 잠룡의 대권 B플랜도 상당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