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공동취재단=특별취재팀 기자 2010.11.11 06:46:40
“우리의 전통 궁중요리는 세계 여러 나라 입맛에 맞출 수 있는 음식이 많습니다. 영부인들의 마음에 쏙 들거에요.”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이재옥 조리장(54)은 ‘우리의 맛이 곧 세계의 맛’이라며 전통 한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조리장은 12일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리는 G20 정상 영부인 오찬 행사를 준비한다.
이 조리장의 고민은 전 세계 20개 나라에서 온 다양한 입맛인데다 섬세한 여성들이라는 점과 전통문화가 녹아있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지만 결국 궁중 요리로 정답을 찾았다.
“향이 강한 청국장 같은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기 어려워할 때가 많죠. 하지만 짜거나 맵지 않고 담백한 궁중 요리는 어느 나라 입맛에도 다 잘 맞아요.”
이번 영부인 오찬은 모두 9가지 요리가 차례대로 나온다.
한식이라면 자고로 푸짐한 ‘한상차림’이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이 조리장은 예전에도 연회장에선 임금님도 차가운 요리에서 뜨거운 것 순서로 ‘코스 요리’를 드셨다며 오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오찬의 백미로는 구절판을 꼽았다.
8가지 재료를 밀쌈에 싸먹는 구절판은 그 모양이 아름답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재료가 결합해 하나의 맛을 만드는 ‘화합의 상징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직접 만들어 먹는 체험이 의미가 더욱 있을 거라는 계산도 더해졌다.
“김윤옥 여사의 당부는 가장 한국적이고 정성이 깃든 요리를 준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달거나 짜지 않게 해달라고도 부탁하셨죠. 나중에 음식을 맛본 이명박 대통령은 ‘이것이 진짜 한식이다’라고 굉장히 만족해 하셨습니다.”
그는 한식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집이 있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은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한식 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열었다.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집이 안 무너집니다. 여기저기 입맛에 맞추다 보면 국적없는 요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요. 건강에 좋고 맛도 좋은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이 될 날이 멀지 않았는데, 왜 퓨전이니 뭐니 자꾸 변형할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