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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시중은행 법률자문시장 독식체제 심각

‘김앤장법률사무소’, 시중은행 법률자문 금액의 62%, 건수의 56% 맡아
유원일 의원,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업무관련 로펌취업 제한 촉구

김한솔 기자  2010.09.28 10: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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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2010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4년간 로펌별 시중은행 법률자문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시중은행의 법률자문을 50%이상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2007년부터 2010년 6월까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법률자문 총액 319억 9,700만원 가운데 62%인 198억 4,700만원을 독식했다. 법률자문건수도 전체 2,607건 중 1,469건(56%)을 가져갔다.

특히,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사모펀드가 대주주거나 사모펀드에 매각된 적 있는 외환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3개 은행의 법률자문을 도맡다시피 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외환은행은 2007년부터 2010년 6월까지 법률자문 총건수 670건 중 61%인 411건을 김앤장에게 맡겼다. 금액으로는 전체 68억 6600만원 중 73%인 50억 2800만원을 차지했다. 외환은행은 ‘불법매각’, ‘헐값매각’ 등 숱한 의혹을 남긴 채 2003년 9월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되었으며, 매각당시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맡았다.

씨티은행도 같은 기간동안 법률자문 총건수 723건 중 무려 81%인 588건을 김앤장에게 맡겼다. 금액으로는 전체 64억 2600만원 중 86%인 55억 5600만원을 차지했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을 합병한 은행이다. 한미은행은 2000년 9월 사모펀드인 칼라일펀드에 매각되었다가 2004년 3월 씨티은행에 합병됐다. 한미은행이 칼라일펀드와 씨티은행에 매각되는 과정에도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맡았다.

SC제일은행 또한 같은 기간동안 의뢰한 법률자문 총건수 413건 중 74%인 308건을 김앤장에 맡겼다. 금액은 전체 75억 8500만원 중 87%인 66억원이다. 제일은행은 1999년 12월 사모펀드 뉴브릿지캐피털에 매각되었다가 2005년 1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재매각되었다. 김앤장은 두 번의 제일은행 매각에 법률자문을 맡았다.

최근 4년간 시중은행 법률자문 현황에서 주목되는 지점은 사모펀드가 대주주거나 소유한 적 있는 외환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3개 은행의 법률자문 건수와 금액 비중이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3개 은행의 규모(자기자본)가 전체 시중은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법률자문비중과는 반대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시중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7대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 SC제일은행  순이다.

자기자본 비중이 23.4%에 불과한 이들 3개 은행이 법률자문비중은 70%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시중은행 법률자문 ‘싹쓸이’는 경제나 금융관련 전직고위관료 영입에 따른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법률사무소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나 구 재경부 출신 인사들은 물론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전직 고위 간부들이 대거 영입되어 일하고 있다.

지난 2006년 4월 김앤장은 특별히 ‘금융팀’을 만들었다. 김앤장 금융팀장은 김순배 전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이 맡았다. 이밖에도 김앤장 금융팀에는 금감원 전승근 총괄조정국 수석조사역, 김금수 은행검사1국 수석조사역, 허민식 조사1국 수석조사역 등 핵심 실무진들이 사표를 내고 합류했다.


전홍렬 전 금감원 시장회계·증권담당 부원장은 고문으로 있다. 그는 김앤장 출신으로 2005년부터 3년간 금감원에 근무하다 김앤장으로 돌아갔다. 금감원에서 보험을 책임지던 유관우 전 부원장보도 김앤장에서 보험분야를 맡고 있다. 김대평 전 은행·비은행담당 부원장도 2008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백재흠 전 은행검사1국장도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2010년에도 전광수 소비자서비스국장, 금융투자서비스국 총괄팀장인 장범진 부국장 등이 금감원에 사표를 내고 김앤장으로 이직했다(언론보도 참조). 금감원 부원장보를 역임한 이영호 전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도 김앤장에서 증권규제담당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위원회)나 구 재경부 출신 인사들도 다수 김앤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감원장에서 물러난 윤증현 전 위원장은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었다.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도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 한덕수 전 총리도 김앤장 고문으로 있었다. 김앤장에 있다 국무총리가 된 한승수씨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자마자 김앤장으로 복귀했다. 이헌재 부총리는 두 차례나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했다.

이처럼 김앤장은 전직 고위관료를 고문과 실무위원으로 영입하고, 이들을 통해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다시 금융권 법률자문분야의 김앤장 독점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관련 외환·씨티·SC제일은행 3개 은행의 법률자문비중은 일반은행보다 월등히 높고, 김앤장 의뢰비율도 매우 높다. 이들 3개 은행이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자기자본이나 영업수익이 작은데도 법률자문이 많은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펀드,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릿지캐피탈, 한미은행을 인수했던 칼라일펀드는 모두 은행을 인수할 당시 김앤장이 법률자문을 해 준 경우로, 편법과 불법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이들은 국회, 언론, 시민단체의 편법과 불법인수 의혹제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법률비용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탈법경영과 과도한 이익추구에 대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법률비용이 증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에는 변호사도 아닌 전직 고위관료들이 고문이나 실무위원으로 영입되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신들의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해 관계에 로비를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공직 재직으로 형성된 공적 네트워크가 김앤장같은 로펌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정책과 감독업무가 왜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대거 김앤장에 몸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금융업은 본질적으로 규제 산업이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의 인·허가를 받거나 감독을 받아야 하는 금융기관이나 펀드들은 로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김앤장에 근무하는 금감원 고위직 출신들을 로비창구로 활용할 경우, 감독원 업무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서 고위관료들의 로펌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관련 사기업체 등 취업제한)에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기업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시행령 제33조에는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사기업체의 규모를 “자본금이 50억원이상이며 외형거래액이 연간 150억원이상”인 기업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로펌들은 자본금 규모를 50억원 미만으로 줄여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김앤장은 공동사무소 형태를 취하고 있어 자본금 자체가 없다. 따라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서 자본금 규모나 매출액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김앤장의 편법을 막기 위해서는 법무법인 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법률사무소도 규제해야 한다. 유원일 의원은 이런 규제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정기국회 안에 제출할 예정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김앤장이라는 로펌을 매개로 금융업체·사모펀드와 금융감독당국자가 사익을 위해 유착하는 3각동맹을 막지 않는 한 공정사회는 어렵다. 이들 3자의 사익동맹을 막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의 로펌 취업을 제한함은 물론, 금융당국 고위인사가 퇴직후 로펌 고문으로 취업했다가 얼마 후 다시 고위공직에 임명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를 근절해야 한다.

회전문 인사가 없었다면 이들 전직 고위관료들의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다. 그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전 총리, 한승수 전 총리,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의 예에서 보듯이, 김앤장에 몸담고 있는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언제 상관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직 관료들이 선배들의 청탁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회전문 인사는 김앤장 같은 대형로펌의 부당한 영향력을 키워주는 것이며, 외국계 사모펀드의 부당한 사익추구를 용인하는 것과 같다. 금융질서 왜곡, 편법매각, 금융부실, 부실감독 논란을 막으려면, 회전문 인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회전문 인사를 하는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를 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