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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고소 금지는 위헌?”

헌재 공개 변론서 열띤 공방

김부삼 기자  2010.09.10 0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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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의 위헌여부를 따지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린 9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는 ‘효사상’의 계승이냐, 강요냐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어머니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이 확정된 A씨가 어머니를 무고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검찰이 형사소송법 224조를 들어 고소를 각하하자, A씨는 평등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르렀다.

A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정보건 변호사는 “범죄 종류 등에 관계 없이 직계비속의 고소권을 전면 박탈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며, 구시대 유물인 봉건적 가부장제 전통에 따라 직계존속의 권위유지와 효도를 강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호원대학교 법행정학부 남복현 교수도 “직계비속의 고소권을 박탈해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충실하려는 것은 개인주의적 가치가 시대를 지배하는 오늘날에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없으며, 최소침해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계비속의 존경과 사랑이라는 윤리적인 법익과 형사피해자로서 가해자인 직계존속에 대한 사법행사 청구권과 법적 청문 청구권이라는 기본권적인 법익을 형량해보면 후자 쪽이 단연 더 중요하다”며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법무부 측 대리인은 “A씨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효도사상은 우리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전통문화이자 가치질서”라며 “직계비속(자·손)의 고소권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손동권 교수 손동권도 “해당 조항의 객관적 목적은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는 가치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효도사상은 우리나라의 기본적 가치질서이며, 직계존비속간의 관계유지와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해당 조항의 필요성과 적합성 등을 긍정할 수 있다”며 “존경과 사랑에 기초한 가족질서를 유지 발전시켜야 할 공익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이같은 양측의 주장을 들은 뒤 어머니를 고소한 사건인데, 다른 해결 방법이나 구제방법은 없었는지, 헌법소원을 낸 취지가 정말 생모를 처벌 받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문의하고, 각자의 입장을 정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주요 사건 결정을 선고하기 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매월 공개변론을 연다.

올 하반기에는 이 사건 외에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제한 ▲양심적 병역거부 ▲국회의원 주식백지신탁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