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권력의 힘(?)..준비된 특채시험

유명환 장관 딸 ‘노골적’ 특혜 사실로 드러나

김부삼 기자  2010.09.08 13:53:37

기사프린트

정부 부처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친딸을 특별채용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사임했다. 그는 이임차 지난 6일 오전 외교부 실국장회의에 참석, “송구스럽다”며 고별사를 전한 뒤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어 조직과 여러분에게 큰 부담을 안겨 미안하고, 무엇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유 장관은 “공직자의 덕목이 중요하다”며 “자기만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관점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통상교섭본부장과 차관이 일치단결해 힘써 달라”면서 “특히 G20서울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외교부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부족한 여건 하에서도 밤낮으로 동분서주하며 어렵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했다”며 “외교 인프라 개선을 위해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 4강들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다지며 외교지평을 확대해왔다”면서 “글로벌 코리아 실현에 있어 외교부가 앞장서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유 장관은 지난 2일 딸 특혜채용 논란이 불거지자 다음날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딸의 채용을 자진 취소했지만 파문이 진화되지 않자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시했다.

◆유명환 파문, 오블리스 노블리주 위배

유명환 장관의 부적절한 행동은 한국사회에 파란을 몰고 왔다. 청년실업 100만시대,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년간 준비생으로 있거나 등록금을 들여가며 휴학을 해 졸업을 연기하고 있는 이때에 바늘구멍보다 더 뚫기 어렵다는 외교부 고위직에 특채 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욱이 유 장관은 이 사실을 알고도 딸을 특채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공정사회 원칙에 철저하게 위배되는 것이기도 하다. 때문에 외교부 등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외교통상부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7년부터 2003년까지 총 22명을 선발한 외무고시 2부 시험에서 전 장관의 자녀를 포함, 무려 9명이 전현직 장․차관 및 3급이상 고위직 외교관 자녀인 것으로 확인됐다. 41%에 해당하는 수치다. 외무고시 2부시험은 1년에 3명가량 뽑는데 매년 한두명씩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가 채용된 것이다.

영어능통자 전형인 외무고시 2부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한 바 있고, 시험과목에서도 1차시험 2과목, 2차시험 4과목을 평가한 반면, 1부시험은 1차시험 5과목, 2차시험 6과목을 평가하여 전형의 형평성 논란을 빚어왔다. 이에 외교부는 2004년부터 외무고시 2부시험을 폐지하고 시험과목은 일반분야와 동일하나 2차시험 필수과목을 영어로 평가하는 영어능통자 전형을 실시해 왔다.

이와 관련해 홍정욱 의원은 “언어능력과 외교적 감각을 갖춘 외교관 자녀를 역차별할 필요는 없지만 특정전형 합격자의 40% 이상이 외교관 자녀라면 국민정서상 결코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이번 유명환 장관 딸의 채용 과정을 보면 과연 선발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홍 의원은 “오는 2013년부터는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선발하게 되는 만큼 차제에 제도의 투명성을 더욱 철저히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외무부에는 총 30명의 고위직 외교관 출신 자녀들이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경쟁하는 외무고시 1부 시험 출신도 적지 않았지만 외무고시 2부 출신이 9명에 달하고, 특별채용 등이 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채용으로 입부한 직원 7명 중에는 전 불가리아 대사, 전 코트티부아르 대사, 전 스페인 대사의 자녀 등 4명이 현재 5급 사무관에 해당하는 2등 서기관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며 3명은 퇴사를 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6일 “다른 외교관 자녀에 대해 채용과정에서의 특혜 여부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확인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발표한 유 장관 딸 특채 위법사실 확인을 전하면서 “기존에 각 부처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특채가 개별적․폐쇄적으로 운영된 결과 국민들로부터 오해와 우려, 경우에 따라서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특혜시비논란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밝히고 “특별채용 제도를 시스템화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자세한 내용은 주간 시사뉴스 창간 22주년 특집호에서 이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