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야산·가정집...보이스피싱용 '070→010' 번호변작기 1만대 적발

야산 등 인적 드문 곳은 물론 일반 가정집까지
추적 피해 차량에 싣고 다니는 '인간 중계기'도

김미현 기자  2022.10.18 14:03:00

기사프린트

 

[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되는 번호 변작 중계기가 최근 두 달 사이 전국에서 1만대 가까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070 번호를 010으로 교묘하게 둔갑시키는 이 중계기들을 야산 등 인적이 드문 곳은 물론 일반 가정집에도 설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8일 지난 4~6월까지 대포폰·번호 변작 중계기 등 전화금융사기에 주로 활용되는 8대 범행수단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에서 중계기 총 9679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간 전화금융사기 피해 건수와 피해액이 1289건, 316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피해액은 2018년 6월(286억원) 이후 만 4년3개월 내 최소치다. 경찰은 대대적인 중계기 단속이 피해액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계기는 해외에서 발신한 문자메시지가 중계기를 거쳐 010 문자메시지로 둔갑하는 문자금융사기에서도 핵심 수단으로 활용된다.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를 무차별 살포한 뒤 답장하는 사람에게 신분증 사진, 신용카드 사진을 요구하고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하는 수법이다. 흔히 언급되는 '엄마 나 휴대전화 액정 깨졌어'와 같은 메시지가 대표적인 문자금융사기 사례다.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피해자들은 070으로 뜨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올 경우 사기나 스팸전화라고 생각해 받지 않지만, 이처럼 010으로 걸려오는 번호는 저장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받는 경우가 많다. 번호 변작은 이 같은 심리를 악용하는 대표적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이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중계기는 대부분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에서 발견됐다. 특히 월 400만~500만원을 벌 수 있는 고액 알바라고 속이고 주부들을 꼬드겨 오피스텔 등 일반 가정집에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중계기 은닉 수법도 계속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산속 중턱이나 폐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연결해서 설치하거나, 배터리를 연결해 고가 밑 땅속에 파묻어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현장 배전 설비함 내 또는 건축 중인 아파트 환기구 내부, 아파트 소화전 내, 도로 충돌 방지벽 옆 수풀 속 등 다양한 형태로도 적발되기도 했다.

또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중계기와 배터리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에 휴대전화 다수를 넣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속칭 '인간 중계기'까지 나오고 있어 중계기 단속은 쉽지 않다. 통신사로부터 의심 번호 위치값을 보내주면, 경찰관이 해당 지역에 출동해 오차를 좁혀가며 전파탐지기로 중계기를 적발해 내는 방식이다.


경찰은 적발한 중계기를 철거하면서 동시에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직접 안내해 피해 발생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