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의 기자 2022.09.13 22:09:35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신재생이라는 미명 아래 혈세가 줄줄 샜다. 정부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조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 2600억원 이상이 부당 대출되거나 지급되는 등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와 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태양광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관련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운영·계약·예산낭비 실태에 대해 전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13일 발표한 12개 지방자치단체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영·계약·예산낭비 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226개 지자체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실태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고 대출을 받거나, 농지에 불법으로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대출을 받는 등 위법·부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보조금 지원 사업도 쪼개기 수의 계약이나 결산서 조작 등 회계부실도 적발됐다.
불법과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이들이 1차적 잘못이지만 탈원전 방침 속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며 ‘묻지마식 지원’을 한 당국의 관리 소홀 책임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적발사항에 대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에 대해 환수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예방추진단이 발표한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영·계약·예산낭비 실태 합동점검 결과를 보면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적발된 위법·부당 사례는 총 2267건, 금액으로는 2616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적발 사례는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위법·부적정 대출로 1406건, 1847억원이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대출 집행과정에서 다양한 수법으로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발전 시공업체가 공사비를 부풀린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발전사업자는 부풀려진 공사비를 기준으로 과도한 대출을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태양광 설치 금융지원 사업은 건물 공사비나 부가세 등은 지원하지 않는데, 이같은 방식으로 모든 대출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한 것이다. 돈 한 푼 안 내고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전기는 한전에 팔아 대출금을 갚은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농지더라도 버섯재배시설이나 곤충사육시설을 설치할 경우 농지를 전용하지 않고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버섯재배시설 등을 지은 뒤 태양광시설을 설치한 곳들도 적발됐다. 버섯이나 곤충을 키운 흔적이 없고, 관련 매출이 없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019∼2021년 사이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태양광 등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금융지원사업 6509건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17%에 해당하는 1129건(대출금 1847억원)에서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하도급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기공사업 무등록 업체가 발전사업자와 ‘A 태양광발전소’ 공사 계약을 불법으로 맺고, 한국에너지공단에 금융지원을 신청해 자격을 부여받은 뒤 금융기관에서 5억원을 부당 수령한 사례 등이다.
국조실은 또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회계처리 과정에서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으로 적발된 사례도 총 845건에 583억원이었다. 쪼개기 수의계약, 결산서 허위 작성, 장기 이월금(잔액) 미회수 등 기금 관리 부실 사례가 있었다. 융복합사업 점검에서는 4대 보험료 등 정산성 경비를 정산하지 않아 최근 4년간 25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타 기금사업 중 입찰 담합 등 위법·특혜 사례는 총 16건 186억원이었다. 장비구매 입찰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참여시켜 14건 약 40억원 상당의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280억원 규모의 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사업의 민간사업자 부담분(142억원) 중 77억원을 부당하게 과다 계상한 사례를 적발했다.
정부는 부당 대출 받은 지원금 등을 환수 조치하는 한편, 이번 조사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개 지자체만을 대상으로 진행했음에도 부실 사례가 대거 적발된 점을 고려해 조사 대상을 확대해 추가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는 약 12조원이 투입됐으며, 이번 1차 점검대상에 포함된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약 2조1000억원(금융지원 1조1000억원, 융복합사업 1조원) 규모다.
국조실은 적발 사항은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부당 지원금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환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조사 대상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추가 점검을 하게 할 계획이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래도 신재생에너지 정책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 보니 탄탄하게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이 말단에서 집행되는 과정에서 부실 집행 사례가 대규모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 실장은 “특히 2019∼2021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지원한 사업이 6500건인데, 전기 면허를 가진 사업자에 대출을 해야하는데도 긴급하게 하다보니 사업자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대거 승인됐다”고 덧붙였다.
국조실 관계자는 “부당 지급된 보조금은 보조금법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면서 “부당대출은 사기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수사 의뢰 등을 통해 사기 혐의 등을 확정하고 민사 등 조치로 환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