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의 기자 2022.09.01 16:36:34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하는 여당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새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 대통령의 '당무 불개입' 원칙을 훼손하는 잇단 발언들이 나오면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불쾌하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김대기 비서실장에 힘을 실어 문제가 발견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측근들이 사퇴하고 실력파 관료들을 영입하는 등 인적 쇄신을 통해 대통령실을 구심점으로 국정에 매진하려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발원지가 돼 윤 대통령을 당무에 끌어들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 SOS를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은 당 의원들에 도와달라 부탁한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의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내는 결론이면 존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법안 처리 등 국정 운영 '동반자'로서의 여당과는 협의를 해야하지만, 당내 계파 갈등이나 당 운영 방식 등 각종 문제는 당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또 대통령의 메시지가 자칫 의원들을 갈라치기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당의 혼란에 엮여서는 지지율 상승도 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의원들의 이해관계나 권력 구조에 따라 왜곡되고 있다는 불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분들(국민의힘 의원들)을 거치면 굉장히 굴절이 되는 것 같다"며 "대선 때는 몰라도 최근에 보면 대통령이 여의도에 가깝게 지내고 전화를 하거나 뭔가를 주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누구의 계파나 세력으로 분류되는 분들을 기피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최근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갈 갈등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지자 "싸우는 모습을 자제하고 서로 협조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두 사람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정권교체 '1등 공신'인 윤핵관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는 그만큼 '비정치인 출신' 윤 대통령이 계파나 권력 다툼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거리를 두려하고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장 의원의 '2선 후퇴'와 권 원내대표의 '선(先)수습 후(後)사퇴' 결정에 이런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시각도 있다.
여당 내 잡음에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실력파 관료들을 영입하고 각 수석들의 관리 감독 하에 대통령실이 움직이도록 재편, 국정 운영의 구심점으로 놓고 국정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데에는 국민의힘 내홍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여당과 전략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대통령실 중심으로 국정 운영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고 가면서 약자 복지 등 민생 현안 해결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