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국민의힘이 25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국회의원 연찬회를 개최한다.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두고 당내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연찬회에서 합의를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점은 갓 출범한 비대위의 활동 시한은 물론 차기 당권주자들의 유불리와 직결된 민감한 현안이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찬회에서 전당대회 개최 시점 등을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활동 공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정기국회 이후 전당대회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정기국회는 매년 9월1일부터 100일간 열린다.
주 위원장의 구상에 따르면 12월 중순 전당대회를 시작해 다음해 1월말이나 2월초에 차기 당 지도부를 출범하게 된다. 예산 심사가 지연되면 연내 전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 위원장은 24일 김기현 의원 주도 당내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새미래) 5차 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연내 전당대회를 주문했다는 보도에 대해 "전당대회 날짜나 비대위 지속기간은 당에서 비대위원이나 당원 뜻을 모아서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어제 그 보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으로 정기국회 예산 심의 중 전당대회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면 그 정도(1월 말 2월 초) 되지 않겠냐. 당원들과 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그 방향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기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은 24일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10월 국정감사 종료 직후 전당대회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선 중진으로 당내 기반이 강점인 김 의원은 조기 전당대회가 유리한 상황이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를) 12월에 시작해야 될 이유가 없지 않나. 국정감사를 마치고 나면 전당대회 준비에 문제가 없다"며 "지도부를 정상 구성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하루빨리 할 수 있으면 빨리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해 11월 초에 전당대회해서 대통령 후보를 뽑았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11월 초에 마쳤는데 정기국회 기간이 장기간 계속해서 중첩됐지만 원내운영에 단 한 톨의 차질도 없었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또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이후에 전당대회를 하자는 입장이다. 대외 인지도는 높지만 '새내기'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 입장에서는 전당대회 개최 시점이 늦춰질 수록 유리하다.
안 의원은 23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과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시기를 어떻게 정할지 여러 의견이 있는데 당에서 민생을 먼저 챙기고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1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서도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제대로 잘 치르고 그걸 통해서 국민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겠다는 확신을 국민들께 심어주고 전당대회는 그 다음"이라고 주장했다.
당권주자들은 신경전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의원은 24일 세미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나고 나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인수위원장을 지낸 경쟁자 안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만나 "김 의원이 인수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말 같다"며 "인수위 역할에 대한 부정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이라고 맞받아쳤다.
연찬화에서 당정간 소통의 물꼬가 트일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주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간 소통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만5세 취학 등 정책 혼선은 당정대간 소통 미흡에서 발생한 것이란 진단에서다.
그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의원들 모임에 참석해 의견을 듣고 대통령의 의견을 말하는 건 자주 있어야 한다"며 "연찬회는 저녁만 먹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 내용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듣는 자리다. 의원들과 교류하고 정책 내용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게 다른 민생(문제)보다 결코 소홀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찬회에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115명)과 장관 17명, 차관 25명, 외청장 20명이 참석해 국정과제에 대한 의견을 교한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