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의 기자 2022.04.13 13:21:18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당론 채택과 국민의힘의 저지 선언으로 정국이 급냉한 가운데 '캐스팅 보터'가 된 정의당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의당은 검찰 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시기와 방식, 내용상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정의당은 13일 긴급 대표단·의원단 연석회의를 통해 관련 당론을 채택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의당은 마냥 민주당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 지지율에 그친 당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도입이 절실하고, 172석을 가진 민주당이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다음달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다는 목표 아래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의 동의를 얻어 1차 걸림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보좌진 성범죄 의혹으로 출당 권고를 받고 탈당한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배치(사보임)'하는 방식으로 무력화해둔 상태다.
다만 국민의힘 최후 방어선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넘기 위해서는 재석의원 180명의 동의를 얻어 이를 강제 종료시키거나 박 의장의 동의를 얻어 회기를 짧게 잘라 이를 자동 중단시키고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을 붙이는 살라미 전술이 필요하다.
친(親)민주당 성향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소속 의원 2명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6명을 합산하면 180석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 중인 이상직 의원을 제외하면 179석으로 정의당(6석)의 동의 없이는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다.
여야간 합의를 강조하는 의회주의자를 표방해온 박 의장이 민주당이 원하는 살라미 전술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불발시 막대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능한 검수완박을 강행하기 위해서는 정의당의 동의가 절실하다.
정의당은 검찰개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핵심 우군 역할을 해왔다.
정의당은 2019년 숙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대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민주당과 '여야 4+1 협의체'에 참여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각종 논란에도 침묵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공수처장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을 강행할 때도 '검찰 개혁에 대한 노회찬 정신을 매듭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성택'이라며 찬성 당론을 채택했다.
정의당은 당 재건을 위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국민의힘은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광역의회와 차별성이 없어진다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다만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가 정치개혁의 일환이 아닌 검수완박 찬성 대가로 치부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의 저지가 불보듯 뻔해서다.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연대해 필리버스터로 검수완박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2중대 역할을 해온 정의당이 검수완박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두고 거래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불신(김기현 전 원내대표)'이 상존한다.
정의당이 검수완박에 동참하더라도 민주당이 과거 위성정당 창당과 같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여영국 대표 등 정의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시급한 과제로 볼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비공개 긴급 대표단·의원단 연석회의에서는 검수완박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당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 당론은 검찰개혁"이라면서도 "검찰개혁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다른 사안"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검찰개혁에는 찬성하지만 추진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내부토론을 거쳐 관련 입장을 정리해 14일 대표단 회의에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오늘) 당론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