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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주둔 러군, 방사능 위험 경고했지만 묵살

김도영 기자  2022.04.09 14: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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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유출 숲 속에 몇 주 주둔하며 참호 수백m 굴착
러 요원 핵폐기장 물체 맨손으로 잡자 계측기 한계 넘어
장군들은 키이우 공격과 퇴각에만 정신 팔려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방사능 수치가 높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 포진해 있던 러시아군 장군들이 방사능 위험을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체르노빌 폐원자력발전소 지역 안전책임자 발레리예 시묘노우는 "그들에게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러시아군이 묵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체르노빌 지역을 불도저와 탱크로 오가면서 참호와 벙커를 구축해 토양에 있는 위험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체르노빌 마을 외곽에서 러시아군은 벙커들을 잇는 지하통로로 수백m 길이의 참호를 팠다. 군인들은 방사능이 유출되는 숲속에 몇 주 동안 진을 치고 있었다. 국제 핵안전전문가들이 러시아군인들 사이에 방사능 오염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암등 방사능 노출로 인한 건강문제는 수십년이 지나야 발생한다.

시묘노우는 러시아군이 핵생화학부대 요원들과 러시아 원자력발전회사 로사톰의 전문가들을 배치해 우크라이나 과학자들과 협의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핵 전문가들은 군사령관들에 발언권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군사령관들은 키이우 공격에 더 신경을 썼으며 공격이 실패한 뒤 체르노빌을 벨라루스로 퇴각하는 경로로 삼았다.

방사능 독성이 매우 심한 토양을 부주의하게 파헤치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방사능이 확산시킬 위험이 있다.

러시아 핵생화학부대 요원들은 핵폐기장 지역에서 코발트-60이 유출되는 폐기물을 맨 손으로 집어들자 몇초만에 방사능 수치가 가이거 계측기 측정한계치를 넘어버렸다고 시묘노프는 전했다.

시묘노프는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3월 중순 1986년 핵발전소 붕괴 당시 유출된 방사능 물질보다 몇 배 강한 방사능 물질인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한 냉각수조에 전기가 차단됐을 때라고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은 냉각수조의 물이 끓어올라 수증기가 공기중에 배출되면 화재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고 시묘노프는 전했다.

러시아군은 체르노빌에서 퇴각하면서 출입금지 지역 안에 있는 교량을 폭파하고 많은 양의 대인지뢰와 인계철선 및 부비트랩을 원전 주변에 설치했다.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체르노빌 지역 도로에 전자제품이 버려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 물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것으로 보이며 마지막 철수 단계에서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