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추가 도발 지속 가능성 판단…물샐 틈 없는 공조"
'尹 공약'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美와 협의
尹대표단, 美에 연내 외교·국방 2+2 회담 개최 제의
"美 CVID 재언급, 북핵 문제 풀 원칙으로의 복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으로 한반도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한·미 양국이 조기 정상회담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차기 윤석열 정부 정책 협의차 방미 중인 한·미 정책협의대표단 박진 단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조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미를 통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엄중한 한반도 상황, 경제 안보, 글로벌 공급망 변화, 새로운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시기와 구체적 내용은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 예정"이라고 했다.
조기 한·미 정상회담 아이디어는 대표단 측의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양국 간 같은 생각이었다는 게 박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방미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계기가 있으면 그때 한국을 꼭 방문해서 회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저희의 생각을 얘기했다"라며 "미국 측에서도 그런 내용을 같은 시각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윤 당선인의 향후 방미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라며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하는 계기에 한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오는 7월27일 정전협정일에 맞춰 방미, 같은 시기에 완공되는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박 단장은 "생각해 볼 방안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미국 측은 오는 5월 윤 당선인 취임식에 고위급 사절을 보내리라는 뜻도 피력했다고 한다. 박 단장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해 미국 측 고위급 인사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게 될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절의 급에 관해서는 "미국 측에서 '걱정할 필요 없이 고위급이 갈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라며 "신정부가 한·미 동맹을 정상화하고 격상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고위급 사절파견은) 좋은 출발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방미 기간에는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 단장은 "북한의 지속되는 핵과 미사일 도발, 또 어떤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에 관해 물샐 틈 없는 공조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협의했다"라고 전했다.
마침 한·미 양국에서는 오는 15일 북한 태양절을 전후해 추가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을 주목 중이다.
박 단장은 이와 관련해 "저희가 만난 미국 측 인사들은 그간 북한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후에도 추가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며 "이에 관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표단은 윤 당선인 공약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도 논의했다. 박 단장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하고 최근 ICBM까지 발사한 상황에서 EDSCG를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런 부분에 관해 미국 측과 논의할 기회가 있었다"라고 했다.
박 단장은 "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이 참여하는 2+2 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피력했다"라며 "가급적이면 연내 2+2 회담을 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고, 가능하면 매년 2+2 회담을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차원에서 국방·외교뿐만 아니라 경제 관련 부분도 2+2 형식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것도 앞으로 미국과 계속 협의하며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내도록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미국 측은 그간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 특히 확장억제 공약을 해왔다"라며 "이번에도 확장억제 공약에 관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연합 훈련에 관해서도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방미 기간에는 전략자산 전개 관련 협의도 오갔다. 박 단장은 "북한이 도발과 위협을 하고, 또 그것이 우리 국가 안보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시기적절하게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그런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아울러 북한인권특사 지명 문제를 거론, "인권 문제는 윤 당선인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앞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자는 의견을 같이 모았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 이날 미국 상원에서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에서는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rehensiv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CVID)"가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CVID를 두고 "어려운 목표지만 우리 비확산 목표에 매우 잘 맞는다"라며 "이는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하고 꽤 단호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CVID의 C는 '완전한(Complete)' 대신 '포괄적인(comprehensive)'으로 표현했다.
CVID와 관련해서는 박 단장이 지난 4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에게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안전 구현'이라는 대북 정책 비전을 설명한 바 있다. 박 단장은 당시 "미국 측도 공감했다"라고 했었다.
박 단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검증할 수도 없고 되돌릴 수 있는 비핵화는 의미가 없다"라며 이날 골드버그 지명자의 CVID 발언에 관해 "미국이 갑자기 강경해지는 게 아니라, 북한 핵 문제를 푸는 원칙, 베이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단장은 "이번에 미국에서 만난 분들은 한결같이 '한·미 동맹은 미국에 있어 대단히 핵심적인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또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동맹을) 한 단계 더 격상하자는 당선인 구상과 의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포괄적 전략 동맹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경제 안보 분야"라며 "공급망, 신흥기술, 원자력 협력, 바이오 기술, 우주 항공 등 다양한 분야, 즉 뉴프런티어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공조를 확대·심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뜻을 전적으로 같이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무 그룹을 통한 협력을 포함해 쿼드와 앞으로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점진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선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코로나19, 기후변화, 신흥기술 등이다. 이런 분야에서 시작해 쿼드와의 협력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관련해서는 "한국도 책임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민주주의적 가치와 규범에 기초한 신뢰할 수 있는 역내 경제 질서를 함께 구축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전했다.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 등 미래 협력 과제가 많다"라며 "중요한 동반자로서 과거 역사를 직시하면서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리라는 점도 저희가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표단 소속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선인이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만든다고 했으니 그런 의지를 전달했다"라면서도 "우리가 강조한 것은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도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진 단장은 "신정부가 출범하면 한국과 미국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국 간 정책 공조와 협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라며 "그렇게 앞으로 추진할 생각이라는 점도 저희가 설명했다", "여기에 관해서는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 한·중 관계에 관해서는 "한·미 동맹에 기반해 한국과 중국이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국과 미국이 함께 공조하자는 점도 저희가 미국 측에 설명했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적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해서도 협의가 오갔다고 한다. 박 단장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중국이 잘못된 교훈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국 측 인사들의 생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 이런 문제에 관해서도 원칙과 규범을 지키며 행동할 것을 한국과 미국이 같이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워싱턴에 도착한 대표단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시작으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로이드 오스틴 국무장관, 상무부 머리사 러고 국제무역차관 등 행정부 인사와 두루 면담했다.
아울러 의회에서는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 앤디 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영 김, 미셸 스틸 박 하원의원 등을 만났다. 이 밖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 인사들 및 전직 주한대사 등과도 회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