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 기자 2022.04.06 06:39:31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 협의차 미국을 방문 중인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하고 당선인 친서를 전달했다.
박진 대표단장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 설리번 보좌관과 40여 분의 협의 후 특파원들과 만나 "한·미 동맹 발전에 대한 윤 당선인의 굳은 의지와 비전을 반영한 친서를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친서 내용은 "북핵 문제, 경제 안보, 그리고 지금 새로운 도전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것을 한·미가 공동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전략 동맹을 한 차원 더 높여서 같이 대처해 나가자"라는 취지였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박 단장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의 강화가 우리 신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당선인의 뜻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면담의 핵심 의제는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단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는 물론 역내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아울러 "한·미 연합방위태세 및 확장억제력 강화에 대해서도 협의를 가졌다"라며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는 협상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당선인의 대북 정책 비전도 전달했다"라고 했다.
박 단장은 전략자산 배치 관련 질문에도 "협의를 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문제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라며 "전략자산 전개는 확장 억제 강화에 중요한 요소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간 협의를 했다"라고 부연했다.
박 단장은 면담에서 미국 측 발언을 묻는 말에 "신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다"라며 "특히 북한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물샐 틈 없는 공조를 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안보에 관한 우려가 한·미 양국 간에 크다"라며 "그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된 대응을 잘해 줘야 한다. 그것은 역시 강력한 억지력에서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은 한·일 공통 이익을 실현할 수 없으므로 양국 관계 개선을 통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기여할 역할이 크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고, 확장억제 강화, 한·미 연합방위력이 대단히 중요하다"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 이번 대표단 방미를 두고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양측은 이날 이르면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정상회담 관련 대화도 했다. 박 단장은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양 정상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신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형식적 회담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동맹 강화에 중요한 내용을 담은 정상회담 개최를 논했다고 한다. 박 단장은 "(면담) 분위기가 매우 화기애애했다"라며 "설리번 보좌관은 한국 문제에 깊은 지식과 명료한 견해를 가졌다"라고 했다.
다만 이번 면담에서 구체적인 한·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양측은 이 밖에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미가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점에 공감하고, 첨단기술, 공급망, 원자력 협력 등을 강화할 방안에 관해서도 협의했다. 우크라이나 관련 내용도 협의에 포함됐다.
이날 면담에는 설리번 보좌관 외에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도 참석했다. 캠벨 조정관은 전날 대표단과 별도 면담을 통해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쿼드 협력 의지에 환영을 표한 바 있다.
박 단장은 이날도 쿼드가 거론됐다며 워킹 그룹 차원의 코로나19, 기후변화, 신흥 기술 등 분야 한국 참여를 언급,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번영에 기여하며 한국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내용을 얘기했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관련해서는 "한국과 미국은 공통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이라며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인권 등 국제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중국도 그런 점을 이해하고 같이 수용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나눴다"라고 설명했다.
대표단은 이날 설리번 보좌관 면담 전에는 미국 의회 하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소속 의원들을 면담했다고 한다. 박 단장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의회 차원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하고, 미국 의회에서 심의 중인 한국 관련 법안 지원도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아태소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등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단장은 "그에 관해 아주 상당히 깊은 논의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을 비롯한 대표단은 이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면담할 예정이다. 박 단장은 "한·미 간 국방 안보 협력을 강화할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방안도 논의할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이 밖에 상원 코리아코커스, 코리아스터디그룹 소속 의원들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박 단장은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관심과 지지를 촉구하고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