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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을게요" 세월호 참사 8주기 앞두고 선체 순례

김도영 기자  2022.03.26 15: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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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대학생 20여 명, 선체 둘러보며 "참사 교훈 새기겠다"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세월호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본 만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3주 앞둔 26일 전남 목포 신항만.

철제 펜스에 엮인 무수한 노란 리본들이 바닷바람에 나부끼는 가운데 고등학생·대학생 20여 명이 버스에서 차례로 내렸다. 학생들은 내리자마자 항만 부두에 서 있는 녹슨 세월호 선체를 바라봤다. 곳곳에서 웅성거렸고 짧은 탄식도 나왔다.

이날 4·16 기억 순례 행사에 참여한 광주 청소년 활동 단체 '문화행동 S#ARP' 소속 학생들은 세월호 선체에 들어가 참사 당시를 기억하고 되돌아보며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랐다.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의 인솔에 따라 노란 조끼와 안전모 등을 갖춘 학생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선체로 향하는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화물칸에 들어선 학생들은 곳곳이 녹슬고 부서진 선내를 둘러보며 때때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 인양분과장은 화물칸에 대해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객실로 향하는 길도 쉽지 않았다. 계단 손잡이에는 온통 녹이 슬어있어 손을 다칠 위험이 컸다.

벽체 곳곳에 붙은 조개 껍데기를 통해 선체가 바닷 속에 가라앉았던 시간들을 가늠할 수 있었다. 천장과 벽은 찌그러지고 부서져 빗물이 새 바닥에 고여있었다.

학생들은 4층 객실에 도착해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사연을 들었다.

정 인양분과장은 수습 과정에서 남학생 16명이 무더기로 발견된 칸을 가리키며 "가슴 아픈 곳"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1시간가량 세월호 선체를 둘러본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참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욱(22·광주대)씨는 "세월호 참사는 사회 복지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됐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배운 공감·연민으로 진로를 선택했다"며 "이처럼 참사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지는 듯 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가슴 아픈 모습들을 직접 바라본 만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아연(17·설월여고)양도 "순례 행사를 통해 그간 몰랐던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며 "특히 비슷한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쓰인다. 참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