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24일 오전 치러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온라인 시스템이 접속량 폭증에 2시간 마비됐다가 정상화된 가운데 그 피해가 수험생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3월 학평은 그 해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형식의 첫 모의고사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시도교육청이 주관하지만, 대입 정시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첫 번째 전국적 시험이라는 의의가 있다.
먼저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 수험생이라도 일단 시험 시간에 맞춰 문제를 풀어볼 기회를 놓치게 된 상황이다.
이번 3월 학평은 영향력을 감안해 교육청들도 시험을 학교에서 치르지 못하는 코로나19 확진, 격리 학생들을 위해 시험 시간에 맞춰 온라인에 시험지를 게재했다.
하지만 이날 시스템 마비로 인해 포털사이트 온라인 맘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수능 수험카페 등에서는 시험지를 내려받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다수 목격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아이디 '@Wh*******'을 쓰는 한 이용자는 이날 오전 10시께 "학평 서버 터져서(접속이 안 돼서) 시험지도 구경 못하는 사람(여기 있다)"이라며 "나도 국어 풀게 해 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신을 학부모라 밝힌 네이버 한 입시 카페 이용자는 이날 오전 9시께 학평 온라인 시스템 접속이 가능한지 묻는 글을 올렸다. 이용자들은 댓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벌써 리듬이 깨졌다"거나 "한 시간 되어가는데 3모(3월 모의고사) 엉망 돼 간다"고 적었다.
주관 교육청인 서울시교육청과 서버를 관리하는 경기도교육청이 조치에 나서 2교시 수학 영역부터는 문제지가 게재됐다. 그러나 1교시 국어 영역은 시험 시작 시간에 서버가 먹통이 돼 수험생 피해로 이어졌다.
입시 전문가들도 교육 당국을 성토하고 나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등학교 3학년에게는 통합형 수능 2년차에 내 성적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고 수험생 관심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형태의 시험을 풀어보면서 시간 배분을 적응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코로나19로 집에서 보는 학생들이 긴장감이 풀려버린 상황에서 늦게 문제지를 보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평은 코로나19 사태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고1~3학년 모두가 동시에 시험을 치렀다. 또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격리되면서 재택에서 응시하는 학생 규모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생 확진자는 3월 첫째 주(2~7일) 3만6898명에서 둘째 주(8~14일) 6만7041명, 셋째 주(15~21일) 6만800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교육청은 학평 온라인 시스템 정상화 직후 "서버 고도화 및 분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서버 먹통 사태는 시험을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치른 수험생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학교에서 학평을 치른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지만, 재택 응시자들에게는 성적이 산출되지 않는다. 실제 재택 응시 수험생 수를 알 수는 없지만 서버 장애가 생긴 점에 비춰볼 때 상당 규모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 대표는 "재택 응시자들은 성적 산출에서 빠지기 때문에 채점 결과가 나와도 수험생들은 자기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평가원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제 첫 발부터 스텝이 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다수의 재택 응시자로 인해 (3월 학평)의 실제 (성적)결과의 산출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면서 "(오답률 등)겨울 동안의 학습 성과를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수험생에게 제언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재택 응시를 포함해 학평에 응시한 전체 1교시 국어 영역 신청자 수는 전국에서 고3만 41만1039명이다. 고1은 26만2860명, 고2는 27만3399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졸업생 등 일부 허수가 반영돼 실제 응시자 규모를 가늠하긴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 측 설명이다.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른 고3 재학생 응시자는 36만710명이었다.
또 재택 응시자 실제 규모 역시 확진자 수마저 감염 확산으로 집계가 늦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 당국이 이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