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이번 대선은 ‘조국사태’로 상징되는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을 심판한 선거로 규정할 수 있다. 특히 2030 상당수가 정권심판 대열에 가세함으로써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그동안 2030 여권 이탈은 두 차례 걸쳐 이루어졌다. 1차 이탈은 2019년 중후반이었다.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과 검찰 수사 등을 거치면서 5% 내외에 머물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20% 내외까지 상승했다.
반면 50~60%를 오가던 민주당 지지율은 40% 전후로 떨어졌다. 2차 이탈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 전후였다.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큰 차이로 승리한 후 2030에서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은 팽팽한 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번 대선은 60대 이상과 2030 일부가 ‘보수 연합전선’을 이뤄 야당의 승리로 기울었다.
얼핏 이번 대선은 완전한 승자도, 완전한 패자도 없는 ‘이상한 선거’처럼 보인다. 둘 다 패배했다거나 모두 승리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단 1표 차이든, 두 배 차이든 승자와 패자는 명백하다. 이것이 선거가 갖고 있는 기본 성격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과 선거제도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승리했고, 민주당은 패배했을 뿐이다.
우선 국민은 문재인정권을 심판한 선거였다. 촛불 이후 2017년 대선에서 문 정부는 ‘대한민국 리셋’이란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각종 대내외 악재와 코로나19, 부동산 논란으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다음으로 국민은 역대 최소 격차를 통해 차기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젠더 갈라치기 선거전략, 선거 막판 후보 단일화, 네거티브 선거운동 등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젠더선거가 된 이대남과 이대녀 표심
세대는 종종 동년배집단(cohort)으로 불린다. 동년배집단은 곧 또래집단이다. 세대는 ‘또래집단’으로 동일한 역사적 환경에서 자라 생각이 비슷하다. 정치적으로도 유사한 투표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같은 세대인 20대에서 성별로 표심이 정반대를 보인 것은 역사상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이는 유럽, 미국 등에서 종종 나타나는 ‘정체성 선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젠더이슈’는 주로 ‘20대 남자(이대남)’에서 나타났다. 다만 선거기간 이대남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지만 ‘20대 여성(이대녀)’은 이재명 후보로 결집하지 않았다. 이대녀는 윤·이 후보 외에 안철수·심상정 후보 등으로 분산돼 있었다. 윤·안 후보 단일화 이후 이대녀 상당수가 이 후보 지지로 선회하면서 박빙 승부를 펼쳤다. 결국 20대 표심은 젠더 선거였던 셈이다.
블랙홀 대장동 논란, 막판 김만배 녹취록까지
대장동 논란은 이번 대선에서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었다. 블랙아웃 기간엔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이 담긴 녹취록까지 터져 나왔다. 이들은 선거기간 온갖 정쟁의 소재가 됐을 뿐만 아니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 6개월에 걸친 공방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것은 거의 없었다. 검·경 수사도 국민불신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선거기간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대장동 논란 특검에 찬성했고, 민주당·국민의힘도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다. 따라서 대선이 끝난 지금이라도 여야는 특검을 적극 추진해 논란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씻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까지 특검 범위 안에 포함된다면 형평성 논란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여소야대로 정치지형이 바뀌었다. 현재 민주당, 정의당, 범진보 성향 무소속 등의 의석은 180석을 넘는다. 여야 협치 없이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윤석열 당선은 국민이 ‘협치·통합’을 강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3일 윤·안 후보는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인수위부터 협치·통합을 국정운영 기본 틀로 제시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9개월째 신인이다. 그만큼 국민의힘을 포함한 정치권에 부채가 없다. 윤 당선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당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야 협치, 인재등용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인수위, 청와대 참모진 구성, 초기 내각 등에 협치·통합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등용이 필요하다. 다만 책임정치·정당정치와 조화는 윤 당선인의 과제다.
6월 지방선거, 2018년 역데자뷔 가능성
2022년 6월 지방선거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선거에선 민주당이 역대급 승리를 거뒀다. 대선 지역별 득표현황을 보면 인천, 경기, 세종, 제주에서만 이재명 후보가 앞섰고 다른 지역에선 윤석열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더욱이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보다 최소 10%p 이상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 후보가 앞섰던 4곳에서도 민주당 승산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 디오피니언연구소 부소장
▲ 청와대 행정관
▲ 전북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저서: 엑소더스코리아 / 지방선거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