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8일 노무현재단 제6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다래헌'에서 취임식을 갖고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 결국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요즘 참 마음이 답답하다. 노 전 대통령께서 그렇게 소망하시던 '사람 사는 세상'이 참 더디고 멀게만 느껴진다"며 "한 발 나아갔다 싶으면 어느새 걸음이 무거워지고, 혹시 세상이 다시 되돌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는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길고 멀리 보면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강이 평지에 오면 반드시 똑바로 흐르지 않는다. 좌우로 굽이쳐서 물길을 이루며 앞으로 간다'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좌우로 굽이쳐 흐르는 물은 우뚝 선 바위도 만나고 깊이 패인 웅덩이도 만난다. 정체돼 고인 것 같지만 물은 그 웅덩이가 다 찰 때까지 스스로 인내하고 기다린다"며 "웅덩이가 다 차면 비로소 다시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요즘 주변에 기운이 빠진 분들이 많다. 낙담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한 명의 시민이 각성하고, 그 깨어 있는 힘이 조금씩 모이면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노무현재단은 새로운 역사의 줄기를 세우는 작은 씨앗"이라며 "6만2000여명 후원회원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놀라운 행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바보 노무현의 마지막 길, 당신을 초개와 같이 버리는 순간까지도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며 "낮은 자세로, 겸손한 권력으로 국민께 다가간 그 지극한 정성과 삶이 변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가치로 남아있다. 앞으로 노 전 대통령님의 뜻과 시민의 힘을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이사장은 '민주정부 4기가 실패한 상황에서 노무현 정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는 질문에 "촛불시민들이 만들어준 정부를 5년 만에 마감하게 돼 먼저 송구한 마음이다.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금 국민들께 우리의 과제를 여쭤보면 통합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통합의 정신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다. 통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 관련 질문에는 "제가 아직도 정치인이냐"고 웃으며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자리인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유시민 전 이사장과 이정호 이사장 직무대행, 차성수·천호선·조수진·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를 비롯해 김영주·서영교·이원욱·박광온·안호영·김교흥·양경숙 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 임기는 이날부터 2025년 2월21일까지다. 정 이사장은 취임식 후 재단 임원들과 임시 이사회를 갖고 향후 재단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현재 건립 중인 노무현 시민센터는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지어지는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은 오는 8월 말 개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