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對)러 제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입의존도가 높은 네온·크세논·크립톤을 대상으로 다음 달 중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고공행진 중인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석유공사 해외생산 원유도입 등 물량확보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외화유동성 불안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를 위해 외화 유동성커버리지(LCR) 규제비율 완화 관련 재연장 여부도 이달 발표할 방침이다.
최근 고용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취약 업종의 충격이 채 가지시 않고 있다고 판단, 이달 말 종료되는 여행업·관광업 등 14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과 함께 택시운송업 신규 지정여부도 결정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동향 점검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對러 제재 피해기업 2조 긴급금융지원…외화 LCR 비율 완화 재연장 검토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강도·범위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및 변동성 확대"라고 밝혔다.
그는 "대러·우크라이나 수출이 감소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실물 부문 일부 충격이 나타나고 있고 사태 장기화 시 그 영향의 진폭 확대도 심히 우려된다"면서 "대러·우크라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물류 차질, 대금 회수 지연·미회수 등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유학생·주재원 송금 애로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긴급금융지원, 2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경영안정자금을 포함해 특례보증을 신속 지원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수출·물류 바우처 지원 대상에 국내 회항·대체 목적지 운항 시 운송비·지체료를 업체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피해기업의 대체거래선 발굴을 위해 맞춤형 긴급상담회, 러·우크라이나 온라인매칭 전담팀도 구성할 것"이라고 알렸다.
결제 송금 애로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감독원 비상금융애로상담센터를 상시 가동하고 거래 가능 품목·송수금 허용범위 관련 정보를 수시로 안내할 계획이다.
또 교민·유학생에게 송금 시 '러시아 진출 한국계 은행 현지 법인계좌' 활용 등을 독려하고 외교부의 재외공관 신속 해외송금제도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에서 송금인이 외교부 계좌로 입금할 경우 러 대사관에서 현지 수취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홍 부총리는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 고조 시 석유공사 해외생산 원유도입 등 물량 확보도 즉시 추진할 것"이라며 "4월 중 러·우크라 수입의존도가 높은 네온·크세논·크립톤에 할당 관세를 5.5→0%로 적용하고 옥수수 사료 대체 품목인 보리의 할당 물량을 25만t까지 증량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옥수수 6만9000t 추가 대체 입찰, 명태의 경우 수급 차질 시 정부 비축분 적기 방출 등 수급 안정화 조치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안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내 외화유동성 불안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비를 위해 선물환포지션규제 완화를 최소 2분기까지 유지하고 외화 LCR 규제 비율 완화(80→70%) 관련 재연장 여부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환율의 경우 우리 경제 펀더멘털 및 여타 통화 움직임 등을 감안해 그 상승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장안정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14개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택시운송업 신규지정 오늘 결정"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고용불안과 업황 악화를 겪고 있는 업종에 대한 고용안정 지원 연장여부도 논의했다. 정부는 여행, 관광숙박, 관광운송, 공연업, 항공기 취급업, 면세점,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 영화업, 수련 시설, 유원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항공기 부품 제조업, 노선버스, 조선업 등 15개 업종을 지원 중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서는 지원금과 직업 훈련 등과 함께 해당 종사자에게는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한다. 올해 연말까지 지원하는 조선업을 제외한 14개 업종은 이달 말 지정기간이 만료될 예정이다.
홍 부총리는 "금일 회의에서 14개 기지정업종 지정기간 연장여부와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운송업 신규지정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며 "중대본 회의 논의를 포함해 법정심의기구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결과를 금일 오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고용상황이나 매출규모 등이 전년대비 대소 개선됐으나 업황이 확실히 개선될때까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요구 등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2월 고용동향과 관련해서는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대비 103만7000명 증가하고 고용율(67.4%)과 실업률(3.4%)이 2월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개선흐름이 견조한 모습"이라며 "30~40대 실질 취업자수 증가폭이 10만명 내외이고, 주36시간 이상 전일제 취업자수가 97만3000명 증가하는 등 내용적 측면에서도 개선이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2월 고용통계가 보여주는 고용개선 흐름에 대해 있는 그대로 편향 없이 인식되기를 기대한다"며 "아직도 어려움이 큰 피해계층, 취약계층의 고용이 엄중하고 글로벌경제 불확실성 파고에 따른 고용 파급 가능성 등에 대해 각별히 유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