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다가오면서 노사 간에도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새 정부 첫해 노·정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사 모두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기간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등 현 정부 기조와는 다른 의견을 피력해온 만큼 향후 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될지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4일 최저임금 연구위원회를 통해 다음 달 5일 올해 첫 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일정을 확정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31일까지 다음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에 요청하게 돼있다. 위원회 첫 전원회의는 통상 이를 기점으로 노사, 공익위원의 상견례 형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오는 5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론에 대한 문제 의식이 줄곧 제기된 만큼 노사 간 한층 긴장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 첫 해인 2017년(2018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책정된 데 이어 2018년(2019년 적용)에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이후 보수진영 등의 비판론이 거세진 가운데 2019년(2020년 적용) 2.9.%에 이어 2020년(2021년 적용) 1.5%로 낮아졌다가 2021년(2022년 적용) 5.05%로 정해지는 등 널뛰기식 행보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최저임금 기조에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일부에서는 정부가 지불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 인상에 급속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반발해온 상황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선거 기간 동안 윤 당선인은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인상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7일 선거 직전에는 유세 현장을 찾아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을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며 "200만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을 접으라고 해야 하느냐"며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심의 첫 관문에서는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적용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문재인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데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반발이 빗발치자 고율 인상의 부작용으로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줄곧 제기해왔다. 윤 당선인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올해 심의과정에서 경영계의 이 같은 주장이 예년에 비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영계 관계자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해서는 현 정부 들어 높은 인상률이 이어지면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한 축으로 계속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영세사업장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높아진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노동계 역시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은 최저임금법 제4조에 근거를 두고 있어 당장 실현 가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언급이 나온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가능성을)열어두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학계에서도 당장 업종별 차등화 문제가 논의를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노동 법학자는 "새 정부로서는 최저임금이 가져온 부작용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만큼 인상률을 상당히 낮추든가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이슈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높다"며 "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갈등을 어떻게 해소시켜 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를 중심으로는 이 같은 차등적용안이 실제 적용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종 또는 지역별 차등적용이 논의될 경우 업종별 임금 수준과 생산성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별도 기구가 필요한 만큼 시일이 필요한데다, 지역별 차등적용의 경우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현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의 거취를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노사가 상반된 입장을 펼치는 심의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캐스팅 보트로 활동해왔고 이번 정부의 높은 인상률을 공익위원 측이 주도해온 만큼, 현재의 공익위원 구성이 유지될지를 두고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정부 안팎에 따르면 이미 일부 공익위원은 비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