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고유가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요 위축에 대한 정유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고평가 이익 확대에 유가 강세가 정유사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단기적 상승세에 그칠 경우라는게 이들 입장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2.81원 오른 리터(ℓ)당 1978.71원을 기록 중이다. 서울 평균 가격은 ℓ당 2058.23원으로 4원 올랐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지난 201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국제 유가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전국 가격도 이번주 내 ℓ당 20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은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유가 부담을 더하고 있다. 원화가 약세일수록 원유를 사오는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 유가는 상승세가 이어지며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소폭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110달러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11일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84달러 내린 배럴당 110.49달러를 기록했다.
에쓰오일,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고유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정유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원유 가치를 실적에 반영한다. 지속되고 있는 유가 급등세는 재고평가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제는 고유가로 인해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매일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대중교통을 선택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이 같은 수요 기피 상황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유사들이 재고평가 이익 확대에도 고유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하향 조정해야 하는 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 실제 정유사들은 현재와 같은 유가 상승세가 내달까지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가동률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최악의 가동률을 경험한 정유사들이 이번에는 고유가로 1년 만에 다시 가동률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제 유가를 예측하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며 "4월까지 국제 유가 강세가 지속되면 수요 감소분을 반영해 가동률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OPEC플러스 원유 증산 결정에 따라 유가 변동폭이 커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 뿐만 아니라 공장 가동에 따른 납사, 윤활기유 공급 등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정 운영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가동률을 확 낮추기보다는 서서히 내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