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개인 및 단체를 상대로 제재를 발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 실험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재무부는 1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자산통제실(OFAC)에서 북한 WMD·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러시아 국적자 두 명과 단체 세 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자료에서 "북한은 올해 초부터 11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가장 최근은 3월4일(한국 3월5일)"이라며 "오늘의 조치는 러시아 내 북한의 방위 관련 조달 에이전트를 도운 외국 개인·기업 무리를 겨냥한다"라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구체적인 제재 대상으로는 러시아 기업 아폴론과 그 국장인 알렉산드르 안드레예비치 게예보이, 역시 러시아 기업 젤엠(Zeel-M)과 그 국장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챠소프니코프, 러시아 기업 RK브리즈가 지정됐다.
이들 기업 및 개인은 지난 2018년 1월24일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조선련봉총회사(련봉) 측의 조달 활동을 지원하거나 북한 선박용 항구 대금을 내고, 북한 정부에 금융·물질·기술 지원을 한 혐의를 받는다. 련봉은 방산·군사 거래에 특화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아폴론의 경우 련봉을 대표하는 박광훈이 가명으로 직원 행세를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조달이 어디로 이뤄지는지 속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예보이는 이런 박광훈을 돕는 동시에 북한 조달 문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챠소프니코프 역시 박광훈의 조달 업무를 돕고, 북한 정부 조직을 위해 다양한 물품 구매·운송을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젤엠은 북한 선박의 러시아 항구 대금을 대납했으며, 챠소프티코프 국장은 선박 간 환적에도 연루됐다. RK브리즈는 챠소프티코프가 운영한다.
이날 조치로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과 기업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이들 개인·기업과 거래하는 이들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 담당 차관은 "북한은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세계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드리우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한다"라며 "오늘 조치는 러시아 기반 개인과 단체망을 겨냥해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단체가 북한의 불법 탄도미사일 시스템 부품 확보에 연루됐다며 "미국은 북한이 외교의 길로 돌아오고 WMD와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계속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올 초부터 북한이 연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지난 1월12일에도 러시아 국적자를 포함해 북한 국적자, 러시아 기관 등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추가도 추진했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 추가를 사실상 무산시켰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북한의 ICBM 시스템 실험으로 핵·모라토리엄 파기가 임박했다는 위기감 속에서 나왔다. 향후 추가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 당국자는 전날 "향후 며칠 동안 추가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