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보복으로 대러 제재 수위를 강화하면서 러시아 경제 붕괴를 우려하는 전망이 늘고 있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비즈니스스탠다드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기존 제재에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 중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러시아 관련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에게 주요 외환 수입원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산 석유는 이미 선행된 경제 제재만으로도 선물시장에서 이미 할인가 판매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상황의 불확실성과 제재 때문에 거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할인가로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에 러시아산 석유 금수조치가 단행될 경우 외환보유액 접근 차단, 루블화 가치 하락, 은행들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를 더 고립시킬 것이란 분석이 따른다.
JP모건은 경제 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가 이달 16일 7억 달러(8542억원) 규모 채권의 이자 1억1700만 달러(약 1434억7710만원)의 채무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이 CDS(신용부도스와프) 변제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에 60%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재로 인해 접근이 불가하다. 신규 발행 국채 거래도 금지돼 새로운 자금 조달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1998년 부채 위기 당시와 비슷한 경기 후퇴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브루스 카스만은 "러시아 경제는 이미 깊은 침체로 향하고 있다. 각종 제재들이 결정타를 날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0% 이상 떨어졌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달러 대비 94.6025루블이었던 환율은 7일 현재 137.8400루블까지 가치가 하락했다.
러시아 채권 매도세도 급증하면서 러시아 10년 채권 수익률은 1일 12.60%에서 이날 19.53%로 상승했다. 채권수익률과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CDS 프리미엄도 폭등했다. CDS는 부도가 발생해 채권이나 대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인데, 이 수치가 오를수록 국채 부도 위험이 높아짐을 뜻한다.
이는 1일 기준 412.48bp(베이시스 포인트·100bp=1%)에서 이날 1662.24bp로 급등했다.
러시아는 앞서 2014년 크름반도 합병 때에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는데 당시 기준 5년래 최고치가 381bp였던 점을 감안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경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터키의 경우 CDS프리미엄이 607.15bp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고, 무디스와 피치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 제재가 더해지지 않는 한 러시아 루블화 하락폭이 1998년 위기 당시보다 작아서 부채 상환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이러한 제재가 쉽게 추진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에너지 부문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재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논의하는 단계이며 이미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제재로 인해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가격을 나타낼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서방국가들은 이제 자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특히 생활 위기 비용 부담이 커지면 '우크라이나 피로감'이 찾아올 위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