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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

한지혜 기자  2022.02.28 1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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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곡물가격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다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였는데 변수가 생긴 셈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소맥 및 옥수수 1위, 4위 수출 국가라는 점이 문제다. 전쟁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누적되거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가 시행될 경우 국제 곡물가격 변동성 확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식용 곡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식품업계의 고민이다. 원재료 투입 단가가 오를 경우 국내 식품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소맥과 옥수수의 공급의 28%, 18%를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는 곡물 비중이 전체 수입 물량 대비 10% 수준으로 대부분 사료용으로 사용된다. 

두 국가에서 수입되는 곡물량이 적은데다 식용이 아닌 사료용으로 들여오는 물량이 많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맥과 옥수수 공급 차질은 국제 곡물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소맥과 옥수수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미주 대륙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생산되는 곡물량 대비 급격히 늘어난 수요는 공급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2008년 8월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2014년 2월 크림반도 침공 및 합병 등 과거에 발생한 비슷한 사태에서도 소맥과 옥수수 가격은 20% 이상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경우 사료업체에서 먼저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국제 사료용 소맥, 옥수수 시세 상승은 사료업체의 부담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0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원가상승 압박으로 이미 판매가격 인상을 단행, 부담에 대응해왔고 최소 3개월 이상 원재료 재고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밀과 팜유가 주요 원재료인 라면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연간 단위로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단기적인 가격 변동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 압박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자의 경우 파이, 스낵, 캔디 등 품목이 다양한 만큼 단일 원부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는데다 본사 차원에서 주요 원재료 구입에 대한 글로벌 통합 구매가 이뤄져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이 적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식품업계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곡물가격 상승분을 반영, 주요 제품군 판매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올해는 판가 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2년 연속 판가를 조정할 경우 마진부담 축소를 위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다면 올해 하반기부터가 유력하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주요 국가에서 들여오는 곡물 수입분들은 3~6개월 이후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로 돼 있어 상반기 상승분은 2022년 하반기부터 반영된다.

곡물가격 인상을 반영한 밀가루 수입 및 공급업체가 출고가 인상에 먼저 나서고 밀가루를 사용한 빵, 과자, 라면 등의 판매가 인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식품업계의 단기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추가 원가 상승 압박으로 인해 판매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이슈까지 더해져 추가적인 상승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국내 식품 기업들은 3개월 이상 재고를 확보해 둔 상황으로 단기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추가 원가 상승 압박이 있을 경우 판매가격 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식용, 사료용 곡물가격의 추가상승이 유발한 음식료 업계의 전반적인 원가 추가부담이
발생할 경우 마진부담 축소를 위한 가격전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지속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 가격인상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