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20대 대선이 대세론 없는 대혼전을 이어가며 ‘한 달 승부’에 돌입했다. 대선이 한 달 채 남지 않은 현 여론 추이는 2강(이재명-윤석열) 1중(안철수) 1약(심상정)이다. 2강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흐름은 ‘이재명 경합 열세’, ‘윤석열 경합 우세’로 보는데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이 대체로 일치한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변수가 남아있지만 10% 안팎에서 굳어지는 모양새다. 잠행을 끝내고 다시 선거운동에 나선 심상정 후보는 4%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설 민심과 1차 TV토론이 대선 향배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후보등록(13~14일)전 조사결과가 중요하다고 본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대체로 후보등록 직전 조사결과와 선거 결과가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승패 가를 돌발 변수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 한 달은 판세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대형 변수가 돌출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냉담한 시선과 판박이 정책으로 변별력이 드러나지 않은 이번 대선의 특성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게임 체인저가 될 변수로는 TV토론과 후보 단일화, 네거티브 공세 등을 꼽을 수 있다.
TV토론은 ‘잘해야 본전’인 이벤트다. 유권자들이 TV토론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나 반대로 상대 후보에 대한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TV토론으로 지지후보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지후보를 정한 유권자들에게는 후보의 실수도 이해할 수 있는 실수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지지후보를 아직까지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나 중도층의 결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 최소 3회 이상 남아 있는 TV토론이 이들의 최종 표심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정권교체 여론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단일화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후보 간 단일화는 선거 구도를 단박에 바꿀 수 있는 카드다. 문제는 “어떤 단일화인가”라고 전문가 들은 입을 모은다. 단일화 과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일화로 선거 구도가 바뀌는 건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단일화 대상의 지지 유권자가 온전히 단일 후보로 결집되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 서로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메가트렌드 이슈가 보이지 않는 선거다.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 담론이 없다 보니 네거티브가 선거 캠페인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19대 대선은 ‘국민 주권’, 18대 대선은 ‘국민 행복’, 17대 대선은 ‘선진화’라는 국정 비전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일관하게 드러났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는 외교안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 정책 차별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국가 비전을 논의할 자리를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본인 및 가족에 대한 의혹이 대신하고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경우 부동층 표심이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릴 수 있다는 의미다.
3가지 지표로 본 추이
전문가들은 대선 향배를 가를 기본 지표로 ▲정권 재창출 vs 정권교체 여론 ▲정당 지지도 ▲대통령 국정 지지도 3가지를 꼽는다. 후보별 지지율 추이는 이 세 가지 지표로 형성된 정치지형에 위에서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정치 지형’이라고 말하는 선거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세 가지다. 정치 지형은 인물이나 정책, 이슈의 영향력을 제한하거나 확장한다. 예를 들어 후보의 도덕성과 관련한 이슈가 나오더라도 어떤 후보에게는 타격이 큰 반면, 어떤 후보에게는 타격이 적다. 타격이 적은 후보에게 정치 지형이 유리하게 형성된 경우다.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까?
▲정권 재창출 vs 정권교체 여론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윤석열 야권 후보에 유리한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 이런 추세는 12월 중순부터의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대 중후반에서 유지되고 있다. 윤석열 야권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이다.
▲정당 지지도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동반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대선의 ‘스윙 보터’로 평가 받는 20~30대 연령층에서는 윤석열 후보가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
“잘하고 있다”라는 긍정 응답 40%대 초반, 잘 못하고 있다 50%대 초반으로 12월 중순부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임기 말 대통령 국정 지지도로는‘역대급’ 기록이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지율 급락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다만, 부정평가도 절반을 넘고 있어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지표라고만 해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명-윤석열의 숙제
현재까지의 후보 지지율, 정치 지형 지표 흐름을 종합해 보면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가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데 여의도 정치권과 양 캠프,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이 대체로 같이 하고 있다. 양쪽 캠프에 정통한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현 지표상으로만 보면 분명 야권 후보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다. 다만, 돌발 변수가 생길 시간이 충분한 만큼, 승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에게는 아픈 지점이 있다. 바로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당 지지율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약간 낮다. 40%대 초반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급적 빨리 이재명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윤석열 후보도 마찬가지다. 50%에 중 후반에 육박하는 정권 교체 여론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 후보, 윤 후보 모두 지지층과 우호 세력을 얼마나 더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사활을 건 한 달 승부가 시작됐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에게 남은 숙제를 누가 잘 풀어낼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실력 검증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