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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광주 방문 "남풍으로 대선승리" 호소…5.18 헌화는 실패

홍경의 기자  2022.02.06 21: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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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광주서 '노무현·김대중'…與지지층 공략
4.3·강정마을·5.18등 역사 과오에 몸 낮추기
"노무현, 해군기지 고뇌에 찬 결단해"…울컥
5.18 민주묘지 추모탑 30m 앞 발걸음 돌려
시민단체 "망월동 오지마라 학살자 후예들"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는 주말인 5~6일 약세 지역인 서남권의 제주와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제주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광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이들 지역의 여권 지지층을 공략했다. 지난해 11월 후보 선출 직후에도 전남 목포와 봉하마을을 찾았던 행보와 같은 맥락이다.

 

윤 후보는 이틀간 서남권 '아픈 역사'의 현장인 제주4.3평화공원과 서귀포 강정마을, 광주 5.18민주묘지,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장소를 차례로 돌았다. 4.3사건과 5.18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비극을 겪은 제주와 광주가 국민의힘에 갖고 있는 '비토 정서'를 완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5.18민주묘지 추모탑 헌화에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다시 실패했다.

 

윤 후보는 5일 첫 일정으로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 위패 봉안실에서 "애월읍에는 왜 이렇게 희생자가 많나.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은 수습이 안 되지 않았나"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4.3 추념식에 참석해달라는 오임종 4.3희생자유족회장 요청에도 참석 의사를 밝혔다.

 

이어 서귀포시 강정동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찾아서는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갈등으로 지난 십수년간 고통을 겪으신 지역주민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주민들을 위문한 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하셨다"며 울컥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윤 후보는 강정마을 주민 대표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이날 침묵의 이유에 대해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극구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 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해군기지 건설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을까를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곧바로 제주 선거대책위원회 결의대회에서 제2공항, 제주신항만 건설 등 공약을 발표한 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따뜻한 남풍이 불어오는 봄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라며 "이 곳 제주에서 대선 승리의 봄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6일 비행기편으로 광주로 이동한 윤 후보는 곧바로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1980년 5월에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가 윤 후보를 안내했다. 수백명이 운집해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던 지난해 11월 첫 사과 방문과 달리 큰 무리 없이 민주묘지 경내에 진입했으나, 5.18 유족들의 저지로 추모탑 30여미터 앞에서 멈춰서 묵념만 한 뒤 돌아섰다.

 

윤 후보는 민주묘지를 빠져나가다가 "앞에 가서 분향은 못 했지만, 마음 속으로 5.18 희생자 분들의 영령을 위해서 참배는 잘 했다"며 "민주묘역을 찾아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상징에 대해서 예를 갖추고 다시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인으로서의 맞는 도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후보 참배에 반대하는 '광주촛불행동연대' 측은 "망월동에 오지마라! 학살자의 후예들!"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박주선 광주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결의대회에서 "이제 말로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와 통합을 실천하는 호남인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보수정당 후보인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어떻게 민주정의당, 공화당의 후신인 국민의힘 후보인 윤 후보를 찍느냐는 광주 여론이 아직 상당수 있는데, 국민의힘도 많은 긍정적 변화를 했고 호남에 각별한 배려를 했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윤 후보도 "광주 시민들께서 보시기에 국민의힘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앞으로 바꿔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며 "광주를 발전시켜나가면서 국민의힘도 함께 변화시키고 바꾸겠다"고 몸을 낮췄다. 윤 후보는 광주 발전상으로 'AI 선도도시' 구상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바꾸고 광주를 바꾸는 출범식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갖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 호남이 낳은 우리나라의 걸출한 국가 지도자인 김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컨벤션센터에서 '광주를 확실하게 바꿔놓겠다'고 약속드린다"고 김 전 대통령을 언급한 뒤 "분열의 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 정치 혁명의 기치를 호남에서 이어 달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선대위 결의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라서 우리 지역(호남)에 선입관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고 국민의힘도 많이 바뀌었고 계속 바뀔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이래 호남 지지율 제고에 특별히 진력해왔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역사적 과오에 사과하면서 본격화된 이른바 '서진 정책'은 이준석 대표 지도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설 연휴에 "저 윤석열은 5월 광주에 대한 보수 정당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호남의 미래를 함께 걷고자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호남 232만 가구에 보냈다. 이 대표는 지난 3~4일 전남 신안에서 고흥 일대 다도해를 돌았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새벽에는 광주 무등산을 올라 "윤 후보가 (호남에서) 20% 이상 득표해 지역 구도가 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