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터진 오스템임플란트가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조속한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날벼락을 맞은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 온라인 종목 게시판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경영진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는지 여부에 따라 주주대표소송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는 5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회계 담당 직원의 1880억원 횡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주주 여러분과 고객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횡령규모가 너무나 큰 사고이기 때문에 경찰은 총력을 다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횡령 직원 신병확보와 횡령금액 회수 활동에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활동도 예전과 다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전히 우량 회사로 현금 흐름엔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엄 대표는 특히 "주식거래 재개시점에 대해서는 거래소의 심사 및 판단에 따라서 결정될 것인데 당사는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 완벽한 재발 방지 대책과 확고한 경영 개선 계획을 수립 및 실행해 거래재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상장폐지 위기를 걱정해야 할 주주들의 민심은 차갑다. 오스템임플란트 온라인 종목토론방 등을 보면 경영진에 대한 온갖 조롱과 비방글이 난무한다. 일부에선 소액주주들이 결집해 회사 측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여럿 목격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인 상장폐지를 맞거나 다시 거래가 재개돼 주가가 급락할 경우를 대비해 회사 측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3분기 말 오스템임플란트의 소액주주는 1만9856명이다.
한 주주는 "주주들만 봉인가"라며 "구멍가게도 입출금 내역을 쓰고 관리한다. 재무 관리 감독도 못하는 무능한 경영진은 물러가고 주주들한테 적극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주주 역시 "소액주주가 연대를 맺어서 소송을 해야 한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되고 2만주주들이 결집해 회사 측에 법적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부분의 상장사에서 나타나는 횡령 건은 최대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발생하는데,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의 단독 범행이기 때문에 특수한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직원 단독 범행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을 상대로 관리 감독 소홀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소액주주 운동을 지원하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는 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대표 변호사는 "아직까지 경찰 조사가 나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이 조심스럽다"면서도 "경영진들이 관리 감독에서 어느 정도까지 소홀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소송 가능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이 설명한 대로 직원 한명의 단독 범행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경영진들은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때 경영진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매겨지는 지에 따라 주주대표소송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한지 아닌지 여부는 경영진의 과실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경영진도 과실이 크다고 확인될 경우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주주들 입장에서는 손해를 변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현재 단계에서는 정확한 소송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