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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신조서, 내용 동의 없이 증거로 쓸 수 없어...대장동 재판 주목

한지혜 기자  2022.01.01 07: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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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새해부터 피고인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이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신조서 내용에 '동의'할 때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으로 공소유지 등에 부담이 늘어나게 된 검찰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검찰청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피의자가 재판에서 조서를 부인할 경우를 대비해 영상녹화조사를 적극 실시하라고 주문했고, 공범 등의 진술을 증거로 쓸 수 있도록 증거보전청구와 증인신문청구도 활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수사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 퍼즐을 맞춰온 상황이다.

일례로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검사들은 제가 하나금융 회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과거에 그런 얘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에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아무 자료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김씨의 청탁요청으로 김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넘기게 도와주고, 그 대가로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 약 25억원)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화천대유와 경쟁관계였던 건설사의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왔다. 물증보다는 진술에 기반해 혐의점을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수사단계에서 자백을 하다가 재판에서 전면 부인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며, 지금도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조서뿐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심리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법정에서 피신조서 증거능력이 제한될 경우 원점에서 공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재판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가해자 앞에서 진술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법원은 재판이 지연될 것을 대비한 제도 개선도 준비 중이다. 현재 시행 중인 '간이공판절차'의 문턱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형사소송법 286조의2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 간이공판절차에 따라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반적인 절차대로면 재판에서 직접 진술되지 않고, 간접적으로 제시되는 '전문증거'는 증거 사용이 제한된다.

그러나 간이공판절차를 밟게 되면 증거능력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는데, 전문증거에는 검사 및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나 감정서 등도 포함된다. 즉, 피고인이 자백한다면 법원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증거 사용을 두고 다툴 일이 줄어드는 셈이다.

재판부가 증거조사를 할 때도 보다 간소화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간이공판절차는 현재 피고인이 자백했을 때 재판부가 결정하도록 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피고인의 신청과 동의로도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법원행정처는 지난 1일자로 형사소송규칙을 개정, 피고인이 검사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동의하지 않을 때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다른지 특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