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내외금리차 역전시 자본유출 우려"
전문가 "긴축발작 같은 충격 없을 듯"
이주열 총재 "예고된 악재는 악재 아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 물가가 근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내외금리차가 점점 축소돼 2023년 역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2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이르면 내년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해 연말까지 3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2023년 3차례, 2024년 2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향후 3년에 걸쳐 8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1.0%로 내년 1월이나 2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 금통위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1.25~1.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은 제로금리(0~0.25%)를 이어가면서 현재 한미 간 내외금리차는 상단이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아직은 한미 간 금리 격차에 여유가 있지만, 내년에 미 연준이 내년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국이 2차례 인상하게 되면 상단이 0.5%포인트로 축소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18~2019년에도 있었다. 2018년 3월 미국이 기준금리(1.5~1.75%)를 올리면서 한미 기준금리 상단이 0.25%포인트로 역전됐다. 이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면서 2019년 7월에는 한국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인하하면서 미국(2.25~2.5%)과의 금리 역전 폭이 1.00%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미 연준은 2023년에도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내후년부터 내외금리차가 역전될 수 있고,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역전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원·달러환율이 급등하는 는 등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중국의 실물경제 위축으로 작용할 경우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이뤄진 2004년~2006년과 같은 경우다. 미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4년 6월~2006년 6월까지 불과 2년 만에 17차례나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면서 이 기간동안 모두 4.25%포인트를 올렸다. 또 위기 이후인 2015년 12월~2018년 12월까지 3년간 9차례에 걸쳐 2.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충격을 추정한 결과 2004년 금리인상기에는 현물환율이 최대 7% 정도 상승하고, 외국인자본 유입은 전체평균대비 약 50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시산됐다. 2015년에는 현물환율이 최대 3% 상승하고, 외국인자본의 유입이 전체평균 대비 약 20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과 같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불안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현물환율이 최대 18% 정도 상승하고, 외국인자본유출은 유출로 전환돼 전체 평균 대비 유입이 550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4~2006년과 같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이뤄지면 국내 외화자금시장의 외화부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진행된 2015~2018년과 같은 속도로 인상이 이뤄지면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도 나왔다. 일부 금통위원은 "미 연준이 과거와 같이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내외금리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일부 위원도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을 금융시장이 흡수하지 못할 경우 실물경제 영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금융불균형 완화를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 흡수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 증시 급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긴축발작'과 같은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고, 내년 최소 두 차례는 올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올린다고 해도 과거 긴축발작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며 "2014년 당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도 긴축발작 같은 상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다면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면서 미국의 주가가 빠지면서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침몰될 가능성은 있다"며 "그렇다 해도 일시적인 충격과 어느 정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2018년 금융위기 때 처럼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도 우리나라의 경제 펀터멘털이 견고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639억1000만 달러고, 대외채권도 5500억 달러에 달해 유사시 보유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은 관련부서는 이와관련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에서는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양호한 기초경제 여건,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채권보유 비중 증대 등을 고려할 때 내외금리차 축소만으로 대규모 자본유출이 초래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16일 기자단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세 번 올린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금융시장은 동요 없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데, '예고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는 말이 있듯이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를 이미 시장에서 다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예고된 페이스대로 간다고 한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