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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계약직 연차는 11일'…고용부 늑장에 현장 혼란

김도영 기자  2021.12.11 15: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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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단 한달 지나도 무소식
현장선 26일로 안내하는 경우도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휴가에 대한 해석이 바뀐지 한 달이 넘었지만 이를 반영한 고용노동부의 행정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 단위 계약 종료를 앞두고 기업의 문의가 잇따르는데도 소관 부처인 고용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노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휴가 산정 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고용부로부터 대법원의 판결을 반영한 지침은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대법원은 2년 차 연차휴가에 대해선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15일의 유급휴가를 인정토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딱 1년으로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라면 11일의 연차휴가를 받는 게 맞다는 의미다.

대법원 판결은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휴가를 26일로 해석해 온 기존 고용부 행정지침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근로감독관과 노무 업계에서 임금체불 문의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대법원판결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관련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지침이 변경될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기존 지침대로 26일로 안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 노무 전문가는 "아직까지 근로감독관들에게 내려온 새로운 지침이 없고, 그전까지 기존과 같이 26일로 안내하는 게 기본적인 기조"라며 "감독관들이 이런 입장이니 업계에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용부 내부에서도 "현장 근로감독관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연말 계약 종료로 노무 문의가 집중되는 만큼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침을 신속히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노사 안팎에선 그간 무리한 해석을 주장해 온 고용부가 입장을 변경해야 할 상황에 놓이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니냔 얘기가 나온다.

고용부는 2018년 5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설명자료를 내고 1년 계약직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라고 못 박아왔지만, 산업 현장에선 1년만 일한 근로자에게 근로하지도 않은 2년 차 연차를 주는 것은 무리란 지적이 계속돼왔다. 1년 근무를 마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미연차수당 26일치를 청구하면서 분쟁이 법원으로 간 사례도 속출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부가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대대적으로 설명자료를 배포하면서까지 못 박은 부분인데 이를 뒤집어엎는 경우 임팩트가 상당할 것"이라며 "지침이 늦어지는 데는 고용부 스스로도 기조를 바꾸는 게 난감한 상황 탓도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늦장 대응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수당은 3년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소멸된다. 고용부 지침이 지연되며 소멸 시효가 도래하는 이들의 문의가 잇따라 노무 업계에서는 소멸시효 중단 이슈도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원판결로 그간 26일차 수당을 지급한 사업주들의 부당이득반환 소송도 예상되는데 노동부가 입장을 명확히하지 않자 일각에선 "사법부 판단이 내려왔는데도 지침이 바뀌지 않은 것은 3권분립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말까지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여러 사안과 전문가 의견 등을 검토해 지침을 마련하고 있고 이른 시일 내 현장에 전달할 것"이라며 "다만 대법원판결을 적용한 새로운 지침이 마련될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안내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