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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션, 의료인만 가능"…불법의료 내몰리는 장애아 돌보미

김도영 기자  2021.11.21 14: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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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상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는 불법
'불법' 될까 걱정 중증장애아 돌봄 기피
방문 간호는 '인력부족'…"2주에 한번와"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장애아 돌보미 A씨는 최근 자신이 돌보던 아이에 대한 활동 지원을 중단했다. 뇌병변 장애아가 제대로 호흡하기 위해서는 흘러나온 침을 빨아들이는 석션이 필요한데, 의료법상 불가능하다. A씨는 궁여지책으로 입 밖으로 흐른 침을 닦아내기만 해왔다. 보호자가 없을 때 아이가 호흡이 멈출 정도로 심한 경기를 일으키는 일이 반복되자 두려움을 느낀 A씨는 결국 활동을 포기했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으로 파견된 돌봄노동자들이 딜레마를 겪고 있다. 현행법상 가래를 빨아들이는 석션이나 상처를 거즈로 싸매는 드레싱 같은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아동'을 돌보는 사업 특성상 돌봄노동자들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뇌종양을 앓는 아동을 돌보는 활동보조사 B씨는 "아이가 항상 누워 있는데, 잦을 때는 1분에 한 번씩 가래를 빼 줘야 한다. 불법인 건 알지만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다"며 "아이 어머니가 동의해서 하지만 저도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B씨처럼 무면허 의료행위를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를 돌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중증장애아동임을 확인하고 활동 지원을 중단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돌보미가 서비스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어 지원이 끊기고 마는데,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1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매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돌보미 매칭률은 96.9%, 올해 매칭률은 98.4%에 달한다.

그러나 1회만 서비스를 제공해도 매칭이 성공한 것으로 집계되고, 돌보미가 활동을 중단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중증장애아'라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보건소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간호사업'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완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인력이 적어서 빨라야 2주에 한 번씩 방문한다. 석션은 하루에도 몇 번씩 벌어지는 일인데 2주에 한 번으론 무슨 소용이냐"며 "지금의 보건소 방문간호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의 방문간호시스템을 활성화하기 위해 방문간호서비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보미들의 의료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이 책임이 따르는 일을 기피하는 건 당연하다"며 "이건 방문간호를 통해 커버해야 한다. 지금은 이용료가 비싸 서비스가 필요한 분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문간호서비스를 급여화해야 한다. 지금은 비싼 단가 때문에 시장 형성 자체가 안 돼서 방문간호를 제공하려는 곳이 없다. 필수급여화라는 제도적 개입을 통해 돌봄 공백을 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