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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물가지수 31년만에 최대폭...바이든·연준 긴장

한지혜 기자  2021.11.11 1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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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한지혜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31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1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가 지난 달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1년만에 가장 높은 6.2%에 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조 바이든 행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분석기사에서 지난 10월까지의 1년 동안 물가상승률 6.2%는 1990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며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매점과 식당, 자동차 등 모든 소비자 품목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물가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여름보다는 빠르지 않다고 강조해온 바이든 정부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또 물가안정과 고용유지를 담당하는 연방준비위원회에게도 난제가 되고 있다.

연준은 물가상승 억제 목표를 2% 이내로 설정하고 있으나 상승률은 그보다 크게 높다. 연준이 물가상승을 측정하는 척도인 개인소비지출지수(CPI)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생활비가 오르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이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저녁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불만을 밝히고 있는데 우리 모두 이유를 안다.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라면서 "임금도 오르기는 하지만 휘발유부터 빵까지 값이 오르는 건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휘발유와 식료품, 주택가격이 오르는데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또 물가상승은 대통령이 경제 어젠다를 수행하는데도 난관이 되고 있다. 의회에서는 연방지출 확대가 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말까지 물가상승 속도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노동부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가 9월보다 0.9% 뛰었으며 이는 9월 물가 상승률 0.4%를 크게 넘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예상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식품과 연료같은 핵심 품목 몰가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와 연준 당국자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이 곧 멈출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언제부터 물가 상승이 멈출 지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여전히 극심한 정체에 빠져 있는 공급망 문제와 상품 수요 증가가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많은 부문에서 구인난이 심해지면서 임금도 오르기 시작하면서 일부 기업들이 임금상승분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키려 하고 있다. 10월엔 물가 상승 우려를 덜어줄 요인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경제 책임자 미셸 메이어는 "정말 큰 폭의 상승이다. 놀라운 건 인플레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상승에 기여한 요인은 여러가지다. 중고 및 신차가격이 치솟고 공급망 문제로 가구가격이 올랐으며 구인난이 일부 서비스부문의 물가를 올렸고 지난해 내렸던 임대료도 반등했다. 특히 식품과 연료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수입 전자제품과 항공료와 임대료 등 팬데믹으로 급락한 부문의 물가가 복구되는 정도를 넘어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사실이 연준의 당국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물가상승 위험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임금이 오르는 현상이 그렇다고 메이어는 밝혔다.

당국자들은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과잉 대응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불필요하게 경제에 해를 입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채권 매입을 중단하고 금리를 인상하는 등 경기부양책 중단을 서둘러야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마리 달리 총재는 물가상승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지만 연준은 여전히 일자리가 부족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월간 채권 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서둘러야한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테이퍼링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조치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향후 5년간 물가상승 예상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가 3.1%로 올랐다.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물가상승이 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으로 팬데믹 이전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예상치다.

투자자들은 또 연준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이 내년 6월 연준회의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담당자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물가상승이 언제 멈출 지를 예측하기 힘들다. 많은 요인들이 코로나로 폐쇄된 상점들의 재개여부에 달려 있다. 이번처럼 장기간 폐쇄가 지속된 끝에 재개되는 상황은 지금까지 없었다.

당국자들은 빠른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물가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가계는 식료품점, 백화점, 주유소 모두에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이 상호작용 하면서 함께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등은 물가 예측 핵심 지수들이 아직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실제로 물가 상승이 완화할 것으로 생각할 만한 이유들도 있다. 팬데믹으로 늘어난 가계 저축으로 정부가 실업보험 지원을 삭감할 경우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그중 하나다.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된다면 공급망 정체가 해소되면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 상황에 맞춰 공급자들이 생산을 늘린 탓에 일부 품목의 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비용 증가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것이 다시 항구와 트럭 운송망 정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도 내년 4월까지 더 오를 것이며 그 뒤에도 오르는 속도가 줄어들 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가계와 기업에 지원한 보상금이 물가상승의 원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백악관은 100년만에 한번뿐인 재앙에서 나라가 빠르게 회복되는 과정세서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면서 지난 주 통과된 인프라 지원법으로 경제 역량이 확충돼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안정 책임이 연준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준의 일부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경기부양책을 예상보다 빠르게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수백만명이 여전히 실업상태인 상황에서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다.

물가 상승이 완화될 경우 불필요했던 조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직 금리 인상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고용이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있다"고 말했다.

연준 당국자들은 가계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물가 상승이 가계가 감당하기 힘든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휘발유가격은 지난 10월 1년 전보다 49.6%로 올랐으며 산업 및 가계용 난방유는 59% 올랐다. 지난달 식품소비자가도 1년 전보다 5.4% 올랐으며 스테이크와 베이컨 같은 일부 품목은 20% 이상 올랐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수석 전략가 시마 샤는 10월 물가상승이 발표된 뒤 쓴 보고서에서 "물가상승이 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