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성범죄를 저지르고 형을 산 뒤 약물치료 명령을 거부해 또다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약물치료 명령을 받은 지 시간이 흘렀으므로 집행 시점에 재범 위험성 등을 다시 따져볼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보호관찰 기간 동안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3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A씨에게 1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그런데 A씨는 2018년 형을 마친 후 약물치료 명령 대상자가 됐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후 형기를 마치는 시점이 되자 보호관찰관은 약물치료 명령을 집행하려 했고, A씨는 또다시 거부해 기소된 것이다.
1심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A씨 측은 성충동 약물치료를 명령할 수 있는 법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7년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 8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2심은 "헌재의 결정은 집행 시점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그에 대한 개선 입법을 하라는 취지이지, 치료명령이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재범 위험성이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을 선고받을 때는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 수 있지만, 형을 마친 뒤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시점에도 그런지 따져봐야 한다는 게 헌재 결정 취지라는 것이다. 형의 선고와 약물치료 명령의 집행 시점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해당 법은 2017년 개정돼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할 때 다시 필요성을 심리할 수 있는 제도가 신설됐다. 그럼에도 A씨는 바뀐 법에 따라 재범 위험성 등을 심사받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판단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받지 못했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 및 개선 입법에도 A씨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헌성이 제거되지 못한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집행기관은 A씨에게 집행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받을 기회를 부여한 후 필요가 있다는 결정이 나오면 적법하게 치료명령을 집행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