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TF 발족 발표했는데…최고위원들 "몰랐다"
李 '지도부 간 갈등' 묻자 "이견 없을 순 없다" 일축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불안감도…"무슨 공부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우려를 뚫고 공직후보 자격시험 제도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과정에서 불거진 독단 리더십 논란이 스멀스멀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는 오전 9시40분께 비공개로 전환된 뒤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례적으로 긴 비공개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문제가 된 건 '공직후보자격시험 태스크포스(TF) 구성' 안건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오늘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TF가 출범한다"며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은 제 전당대회 대표공약으로 지난 달 MBN 여론조사에서 62.3%의 국민이 찬성의사를 밝힌 개혁공약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최고위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TF 구성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들었다"며 "당 대표는 본인이 공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문제는 무슨 시험을 보냐는 것이다"며 "이야기를 쭉 들어보면 이 대표가 원하는 것은 결국 '역량강화'다. 그래서 (TF에서) 역량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됐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최고위원들은 긴 회의를 통해 이 대표가 당초 구상했던 '공직후보자격시험 TF'를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TF'로 이름을 변경해 의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들의) 교육 기능과 나중에 평가 기능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명칭 변경이 조금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간의 이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순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에선 '자격 시험' 불안 호소…"대통령도 시험 볼거냐"
이 대표는 이날 TF 구성과 관련해 " 공직후보 출마하시는 분들의 능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교육 프로그램을 잘 제공하겠다는 의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자격시험이라는 제도가 누구나 국민의 대표할 수 있다는 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교육' 기능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대다수의 인사들은 통과할 시험이라고 본다, 시험을 친다고 하더라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조직에서 자리 잡은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이 대표가 강원도 철원을 방문했을 때도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시험) 과목이 몇 개나 되나' '과락도 있나' 등등 질문을 했다"고 귀띔했다.
한 국민의힘 지역위원장은 "당장 지방선거 공천이 1년도 안 남았다"며 "대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냐며 푸념하는 분들도 꽤 많다"고 말했다.
애초에 공직자 후보 자격은 '시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공직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자격 시험이라는 건 세계에 유례가 없다. 적절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이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적인 마인드'다. (공직자란) 남을 위해 사회적인 일을 하는 자리다"며 "적합도를 어떻게 시험으로 확인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논리라면) 대통령 후보도 시험을 봐서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TF' 위원인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반대측 의견도 충분히 이해한다. 앞으로 논의를 통해 결정 과정을 기다리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며 더 많은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