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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농성자가 원인 VS 과잉진압

김명완 기자  2009.01.23 1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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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로 이어진 당시 건물옥상 망루 화재는 농성자들이 소지한 화염병 때문이라고 검찰이 결론냈다.
22일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정병두 본부장)는 "경찰 특공대가 망루 안으로 진입해 검거작전을 벌였고 그 안에 있던 농성자 10명 정도가 위층으로 쫓기는 과정에서 불이 붙은 채 들고 있던 화염병 때문에 인화물질이 가득 찬 망루에 불이 옮겨 붙었다"며 "이 때문에 희생자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발화 지점은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경찰 특공대원들이 망루에 진입한 사실을 안 농성자들이 급하게 4층으로 올라가면서 아랫층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을 것이라는 검찰의 판단이다.
이어 검찰은 "농성자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경찰 특공대를 향해 고의적으로 화염병을 던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도망가면서 화염병을 실수로 떨어뜨렸거나 무의식적으로 던졌을 수도 있지만 불이 난 데 대해서는 망루에 있던 농성자 모두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농성자들이 스스로 망루 안에 시너와 화염병 등 인화물질을 상당량 비축한 상태에서 화염병을 사용했을 때 큰 위험이 따르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화재에 대해 농성자들에게 '공동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그러나 망루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농성자가 화염병을 갖고 있다가 불이 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관련자의 진술이 엇갈려 특정해 지목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병두 본부장은 "불이 났을 당시 최후의 순간에 농성자들이 모두 4층에 몰려 있었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발화 원인이 된 화염병을 던진 농성자를 지목한 농성자가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화염병을 던진 것으로 지목된 문제의 농성자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농성이 이미 지난해부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흔적이 있고, 단순히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순수 투쟁이라기 보다는 변질된 흔적이 있어 고심 끝에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한 관계자는 "검찰은 이날 영장을 청구한 6명 중 4명은 철거와 무관한 전철연 회원이고 철거민 중에도 전철연 소속 회원이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긴급체포 시한 만료를 1시간여를 남기고 농성자 6명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검찰 발표와는 반대로 '용산철거민 사망사건진상조사단'(아래 진상조사단)은 같은 날 오후 2시, 용산 참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물대포와 소화기 가루로 정신없는 상황이었으며, 온통 흠뻑 젖어 화염병에 불붙일 겨를조차 없었다"고 농성자의 증언을 통해 검찰발표를 비난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21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장주영 변호사를 단장으로 인권단체연석회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민변에서 조사위원으로 구성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사건 현장방문, 연행자, 사망자 유족, 부상자의 진술을 청취하고, 아울러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여 사건의 진실을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용역들이 아래층에서 폐타이어 등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방화를 시도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다"며 "21시경 경찰이 계속적으로 해산을 요구함과 동시에 3층에 있는 용역들에게 경찰 방패를 줘서 들고 있는 것이 보여 용역의 불법행위를 경찰은 방조로 사건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단은 "경찰 내부 문건과 언론보도, 현장 생중계 등의 객관적인 증거에 따르면 경찰 주장은 여러 군데에서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진압과정에서도 경찰은 위험을 키우는 작전을 반복해서 사용했다"며 "좁은 망루 안에서 시너를 뿌리는 건 자살행위라는 농성자들의 공통된 증언을 참고할 때 경찰의 주장은 원인 규명을 위한 상당한 노력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은 "검찰의 발표와는 달리 경찰이 컨테이너 박스로 망루를 민 것은 확실하고, 망루 3면에서 살수에 의해 물에 맞으면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따가웠다는 증언으로 최루액이 섞여 있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경찰은 주장과는 달리 건물 아래에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유류화재에 대비한 소화기도 준비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 뒤 철거민은 물론, 많은 경찰의 사상을 낳았던 원인으로 경찰의 안전과 인권을 위해서도 이러한 진압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단은 증언을 통해서 "인화물질들은 엉망으로 흩어져있었고 어두웠기 때문에 젖은 액체가 물인지 인화물질인지는 알기 어려웠다"며 "망루 3단 내부는 물대포와 소화기 가루로 정신없는 상황이었으며, 온통 흠뻑 젖어 화염병에 불붙일 겨를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당시 농성자들은 시너를 망루 안에 뿌린 사실 역시 없다고 주장이 나와 검찰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했다.
진상조사단은 "국가가 형사적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양자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가는 경찰력을 동원해 철거민들의 항의를 무력으로 봉쇄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여러 사망자와 부상자까지 발생하게 된 우려할 만한 상황을 발생시켰다"면서 사망 상황 조사에 대한 정확한 규명 필요성, 조기 경찰력 투입과 경찰특공대 투입의 문제점,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한 노력의 부재와 망루에 갇힌 철거민에 대한 위해를 가한 것에 대한 문제점, 진압 경찰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문제, 참사 현장 등에서의 부상자 방치 문제, 용역에 의한 방화 및 폭력 문제, 유족의 동의와 참관이 없는 상태에서 부검의 강행으로 인한 문제점, 국가배상청구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이어 진상조사단은 ▲ 사고 현장 공개 현장 원상대로 보전 ▲ 사망자들에 대한 국과수 부검 소견을 빠른 시간 내에 공개 ▲ 경찰은 사건과 관련 내부 자료, 현장 채증 동영상 등 사건의 진상과 관련한 자료 일체 공개 ▲ 사망자들의 사망 과정에 대한 조사 필요 ▲ 용역직원들의 방화 등 불법행위에 대하여 철저한 수사 ▲ 일부 언론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악의적 보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진상조사단은 "앞으로 석방된 연행자에 대한 심층조사, 시신 부검 보고서 분석, 법원에 대한 증거보전신청 등을 통한 현장조사, 경찰 등 관계기관에 대한 자료 조사 등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설이 지난 뒤 2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농성자와 경찰의 엇갈리는 진술에 의해 화재원인이 명확하게 들어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객관적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농성자의 진술 등 객관적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자료가 있는 것인지 있으면서도 발표를 안하는 것인지 의구심만 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