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케한 혐의
법원 "죄책 무겁다" 금고 1년 법정구속
검찰 "피해자에 책임 전가" 실형 구형
운전자 "저도 고통스러운 시간" 오열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빗길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금고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장용범·마성영·김상연)는 3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39)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금고는 수형자를 교도소 내에 구치해 자유를 박탈하지만, 징역형과 달리 노역은 부과하지 않는 형벌이다.
재판부는 "전방주시 위반, 자동차 관리 의무 다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 사건 사고 발생했고 또 이와 같은 과실로 피해자 사망 이르렀다는 사실까지 증거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 배심원 2명은 금고 2년 의견을, 5명은 금고 1년6개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반성하고 종합보험을 들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30일 오전 1시33분께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2차로에서 1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전방을 주시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무단횡단 중이던 B(34)씨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A씨 외제차량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도로교통법 시행령 기준보다 낮고 왼쪽 전조등도 작동하지 않았다. 검찰은 당일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A씨가 감속해야할 속도가 넘는 시속 72㎞로 운전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빗길 감속은 운전자의 기본이고 과속은 이런 의무를 해태한 것"이라며 "과도한 선팅으로 법규를 위반했고 왼쪽 전조등은 고장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면 제한속도를 더욱 준수했어야 한다"고 금고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어 "전방주시 의무를 제대로 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증거로 명백하게 입증된다"며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예상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B씨 아내는 증인으로 출석해 "6살 아들과 유가족은 평생 상처가 된다"며 "A씨는 단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고 뉘우치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 사망이 줄어들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 아버지도 "사과 한번 없었다"며 엄벌을 탄원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저에게도 지난 3년간 고통스럽고 힘든 날이라고 말을 하고 싶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삶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해자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가진 게 없어서 합의할 수 없었다"며 "유족한테 유감스럽고 죄송스럽지만 피해자의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당시 예상하지 못한 택시를 피하는 과정에서 B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거나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된 재판을 진중한 모습으로 지켜봤다. 배심원들은 검찰 측 서증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공된 종이에 메모를 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 증거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다. 한 배심원은 사고 장면이 재생되는 모습을 보며 입을 막기도 했고, 방청석에서는 숨을 크게 내뱉는 소리도 났다.
검찰은 지난 2019년 3월 A씨를 기소했다. A씨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함에 따라 준비기일 절차가 진행됐고, 기소 후 약 2년만인 이날 첫 정식재판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