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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운동 41주기 이틀 앞둔 민주묘지 추모 열기 고조

김도영 기자  2021.05.16 13: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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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 유족·동창부터…지역·세대 초월 참배 물결
오월정신 계승 다짐하며 "진상 규명" 한목소리

 

[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5·18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을 이틀 앞둔 16일 추모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잇따르면서다.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오월영령을 기리는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유족·열사 지인·대학생·시민 단체 등 다양한 참배객들이 민주묘지를 찾았다.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우산을 쓴 참배 행렬이 추모탑을 거쳐 제단 앞까지 이어졌다. 참배객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차례로 헌화·분향했다.

참배객들은 묘비글에 적힌 사연을 읽은 뒤 묵념·기도를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희생됐다"며 안타까움이 담긴 탄성도 터져나왔다.

한 유족은 한동안 묵묵히 묘소 곳곳에 난 시든 풀을 골라 뽑아냈다.

최미애 열사 아들 김모(43)씨는 "1살 때 어머니는 전남대 인근 중흥동 집 앞에서 아버지를 마중 나갔다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희생됐다"며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있는데 쏜 사람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군사 정권은 사죄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1978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들불야학을 연 박기순 열사의 전남여고 동창 2명도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은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넋을 기리며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았다.

박 열사의 동창 정모(64·여)씨는 "기순이는 학창 시절 사회 서적을 끼고 살면서 정의·민주주의·노동과 경제 구조 등 사회 문제를 들여다 봤던 친구였다"며 "노동자를 가르치고, 사회적 모순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들불야학이) 1980년 항쟁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항쟁 정신을 배우고 계승하려는 청년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모(30·여)씨는 "5·18 당시 투사회보를 손수 글로 써서 항쟁 확산에 기여한 박용준 열사의 손글씨를 디지털 글꼴로 바꾸는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며 "열사의 민주 정신이 담긴 글씨가 일상 속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온 청년진보당원 11명은 열사의 생애가 담긴 소책자를 들고 묘지를 찾았다. 이들은 김경철·윤상원·전재수 열사 등의 묘지를 찾아 생애를 공유하고 5·18 정신을 잇겠다고 다짐했다.

김모(26·여)씨는 "5·18정신은 이 땅의 민주주의 발전을 앞당겼다. 그 정신을 이어 받아 6월 항쟁, 촛불 항쟁이 이어졌다"며 "열사들의 삶을 공부하고, 되새겨 사회의 모순·불공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민 조모(25)씨는 "항쟁 당시 아이·청년·여성 등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서다"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가슴 아픈 역사를 후대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의 문 방명록에는 '기억으로 끝내지 않고 공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진실규명을 위한 한 단계 도약', '못 다 피운 청춘의 꽃, 민주주의 꽃으로 영원히 빛나시길' 등의 글이 적혔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5·18민주묘지에는 2만1765명이 방문했다.

최근 3년간 5월 참배객은 ▲2018년 34만2896명 ▲2019년 34만9972명 ▲2020년 14만 4300명 등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