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정부에 전단 살포 못 막았다 비난
지난해 6월 대북전단 계기 남북 긴장 고조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북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일 탈북민 박상학 씨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앞서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지난달 30일 "예고한 대로 25~29일 사이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한 경기·강원 일대에서 2차에 걸쳐 대북전단 50만장, 소책자 500권, 1달러 지폐 5000장을 10개의 대형 애드벌룬을 이용해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주장이 사실인지 조사 중이다.
그러자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얼마전 남조선에서 탈북자 쓰레기들이 또다시 기여다니며(기어다니며) 반공화국삐라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행위를 감행하였다"며 "우리는 이미 쓰레기같은것들의 망동을 묵인한 남조선당국의 그릇된 처사가 북남관계에 미칠 후과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남조선당국은 탈북자놈들의 무분별한 망동을 또다시 방치해두고 저지시키지 않았다"며 "매우 불결한 행위에 불쾌감을 감출수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결심과 행동을 하든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더러운 쓰레기들에 대한 통제를 바로하지 않은 남조선당국이 지게 될 것"이라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했다.
우리 정부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도록 여건을 조성했으며 지난 3월30일 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 게시,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배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미수범도 처벌된다. 그럼에도 박상학씨가 처벌을 각오하고 대북전단을 살포했으며 김 부부장은 이를 통제하지 못했다며 우리 정부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에서 "우리는 남쪽에서 벌어지는 쓰레기들의 준동을 우리 국가에 대한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당시와 같은 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4일 담화에서 "남조선당국이 이번에 자기 동네에서 동족을 향한 악의에 찬 잡음이 나온데 대하여 응분의 조처를 따라세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금강산관광페지(폐지)에 이어 쓸모없이 버림받고있는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가 될지, 있어야 시끄럽기밖에 더하지 않은 북남공동련락(연락)사무소페쇄(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파기가 될지 하여튼 단단히 각오는 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6월5일 북한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를 내 김여정 담화에 따른 실무적 집행을 위한 검토사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9일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조치를 발표했다.
6월12일 장금철 통일전선부 부장은 담화에서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은 남조선 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 경고했다. 이어 13일 김여정은 담화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16일 오후 2시50분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북한은 대남 군사행동을 언급하며 우리측을 위협했다. 6월17일 김여정은 "책임을 전가한 철면피한 궤변, 비굴함과 굴종" 등 발언으로 대남 비난을 이어갔고 같은 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4대 군사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대남 군사행동 위협은 6월23일 돌연 중단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했다.
이 때문에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위기 국면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해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열거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도발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향후 박상학씨에 대한 우리 수사당국의 조치 등이 북한의 도발 여부를 가늠할 척도가 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