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모더나 상당 부분 들어올 수 없는 상황"
작년 12월 청와대·모더나 2분기 도입 밝혔지만
모더나 "미국 외 지역 공급망 1분기 뒤에 마련"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정부가 올해 2분기로 예정됐던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상반기 국내 도입은 상당 부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더나 측이 한국 공급 시작 시기를 올해 5월로 발표했던 만큼 상반기에 일부라도 들여오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20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연말에 화상통화를 해서 확보했다던 백신 2000만명분은 어디에 있나'라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모더나는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는 물량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하반기에 들어오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반기 도입이 완료됐거나 도입 일정이 확정된 1808만8000회분이다. 여기에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등 271만2000회분 정도 도입을 통해 2080만회분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중 모더나의 상반기 도입에 차질이 생겼다는 얘기다.
여기서 언급한 2000만명분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4000만회분이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스텐판 반셀 모더나 CEO와의 통화 소식을 전하며 "모더나가 올해 2분기부터 (백신) 2000만명 분량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더나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해 12월31일(현지 시간) 모더나는 한국과의 4000만회분 공급 계약 체결 사실을 알리면서 "제시된 합의에 따라 백신 배분은 올해 5월 시작할 것(Under the terms of the proposed agreement, deliveries would begin in May 2021)"이라고 발표했다.
홍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은 이런 모더나 백신 도입 일정이 늦어질 것이란 정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범정부 백신도입 TF(태스크포스)는 이날 홍 직무대행 발언이 '모더나가 상반기에 상당 부분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 맞고 이 중 일부라도 상반기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냐'는 질문에 "내용이 맞다"고 답했다.
상반기 중 상당 부분 도입이 어렵다고 본 건 이달 13일(현지 시간) 모더나가 공개한 공급 소식과 관련이 있다.
당시 모더나는 12일 기준 전 세계에 약 1억3200만회분 중 1억1700만회분을 미국 정부에 배분한 데 이어 5월 말까지 1억회분, 7월 말까지 1억회분 등 2억회분을 추가로 미국 정부에 공급하는 과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밖 공급망(supply chain)이 미국보다 1분기(3개월)가량 뒤에 마련됐고 현재 이를 계속 늘리는 중(The ex-U.S. supply chain was established approximately one quarter behind the U.S. supply chain and continues to ramp up)이라고 설명했다.
범정부 백신도입 TF 관계자는 "모더나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바는 없다"면서도 "모더나가 다른 나라들에 미국보다 1분기 늦게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보고 이런 부분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홍 직무대행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더나 측이 계약 당시 올해 2분기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일부 물량이라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계약된 모더나 백신의 일부를 상반기에 도입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더나 백신 하반기 공급과 관련해선 국내 위탁 생산(CMO) 가능성이 제기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박병국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모더나는 현재 11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으며 북미, 유럽 소재 8개 자회사를 코로나 19 백신에 활용 중"이라며 "올해 한국, 일본, 호주 등 3개 국가에 추가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기술했다.
그러면서 "자회사를 유통, 허가에도 활용하지만 주목할 점은 미국,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 자회사가 있는 국가의 기업에만 CMO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점"이라며 "한국에 자회사가 설립된다면 한국기업을 CMO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지난 15일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국내 A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 체결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에 따라 8월부터는 승인된 백신이 국내에서 대량 생산될 예정"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제조사나 백신에 대해선 계약 사항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드존슨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 중인 협력사 '이머전트 바이오솔루션스(Emergent BioSolutions)'의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공장 백신 원료 생산 중단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국내 백신 수급 차질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아직 얀센으로부터 정확한 생산지까지 통보되지 않았다"며 "공급 일정과 생산지가 확정되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연구 기관들이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고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인 '헥사프로(HexaPro)'와 관련해선 "현재까지는 (국내 도입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고 범정부 백신도입 TF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