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가 엇갈려 "한 쪽 일방적 밀렸다 보긴…"
"내곡동 땅 게임 체인저" "지지층 결집 외 제한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9일 첫 TV토론에서 난타전을 벌였다.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향한 박 후보의 맹공이 이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3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박 후보가 공격을 잘 했다. 오 후보는 본인의 해명이 주가 되다 보니 짜증나고 못마땅한 분위기가 역력했다"면서 "내곡동 땅과 관련해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을 해 뭔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양측의 공약 공방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자신이 불리한 대목은 잘 피해 간 반면, 오 후보는 '아니다. 공부하라'고 하는 모습은 토론자로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었다. 선생이 학생을 대하는 태도였다"며 "서울시정에 대해선 오 후보가 시장을 두 번 한 만큼 이해도가 높았으나 전체적으로 박 후보가 잘했다"고 했다.
반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각종 네거티브를 한 번에 선보인 종합판이었으나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스모킹건은 없는 토론"이라며 "박 후보가 쫓아가는 후보이다 보니 주도적으로 네거티브를 제기했다. 권투로 치면 서로 휘두르긴 하는데 별로 유효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정치평론가는 "박 후보는 내곡동 이슈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자신의 장점을 설명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훨씬 포지티브적으로 준비하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며 "오 후보는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거의 물이 올랐다는 느낌이다. 경기로 치면 지루한 공방 끝에 오 후보의 판정승"이라고 했다.
김봉신 리얼미터 수석부장은 "재밌는 건 두 후보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미국 대선 토론을 연상시킬 만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며 "여론조사상으로 많이 밀린 것처럼 보이던 박영선 후보가 사실 숫자로 보면 주눅들 만한 판세에서 기세를 보여준 건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측이 서로 '우리가 이겼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누가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TV토론이 향후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에 대해선 내곡동 땅 의혹의 전개 여하에 달렸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핵심 지지층이 주로 주목하게 되는 TV토론의 성격상 '외연 확장'에는 그다지 효과가 없으리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 교수는 "오 후보가 내곡동 측량은 본질이 아니라며 비켜나가려 하고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2, 제3의 제보자가 나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리라 본다"고 내다봤다.
김 부장은 "오 후보가 토론에서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면 뭔가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며 "후보 검증이란 면에서 내곡동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돼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으리라고 국민이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토론이 표심으로는 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토론은 양측이 같은 비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지층이 결집되는 정도이지 무응답층이나 중도층에 어제 토론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완된 지지층이 모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