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오동엽·박제영 박사팀
습도에도 강하고 생분해 가능한 마스크 필터 개발
기존 제작법 단점 보완해 숨쉬기도 쉬워
국제학술지에 논문 게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버려진 마스크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달 안에 자연분해되는 생분해성 마스크가 개발됐다.
기존 마스크 필터의 단점을 보완해 숨쉬기 편하면서 여러 번 사용해도 미국 마스크 필터 성능기준(N95)을 유지한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오동엽·박제영 박사 연구팀은 퇴비화 조건에서 100% 자연분해되면서 기존 필터의 단점까지 보완한 새로운 친환경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마스크의 겉감, 안감, 귀걸이는 면 소재로 만들 수 있지만 필터는 플라스틱 빨대 소재와 같은 폴리 프로필렌으로 만들기 때문에 흙에서 썩지 않는다.
기존의 마스크 필터제작방식은 크게 정전기 방식과 나노섬유식 방식으로 나뉜다. 시중 마스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정전기 필터 방식은 플라스틱 섬유가닥을 교차시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정전기를 발생시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을 달라붙게 하는 원리로 제조된다.
하지만 정전기는 건조할 때 잘 일어나므로 습기에 취약해 제품개봉 후부터 공기 중 습기나 입김의 수분에 노출돼 필터의 정전기 기능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또 정전기가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발생토록 설계돼 있어 필터기능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필터의 또다른 제조방법인 나노섬유식 필터방식은 플라스틱 섬유가닥을 교차시켜 그 사이의 공간을 빽빽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빈 공간이 좁은만큼 통기성이 부족해 숨쉬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화학연 연구팀은 두 필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해 습기에 강하고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숨쉬기에 편한 신개념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대표적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숙시네이트(PBS)를 가느다란 나노섬유와 마이크로섬유 형태로 뽑은 뒤 섬유들을 겹쳐 부직포를 만들었다.
이 부직포를 자연에서 추출한 건강보조식품인 키토산을 직경 10~20㎚, 길이 200㎚인 나노입자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힌 '키토산 나노위스커'로 코팅해 필터를 완성했다.
새로운 필터는 코팅표면의 전하로 외부물질을 달라붙게 하는 방식과 작은 공간을 활용, 외부물질을 거르는 방식이 모두 겹합돼 기존 두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나노섬유와 마이크로섬유를 겹쳐서 그 사이의 공간을 바이러스나 미세먼지가 체에 걸린 것처럼 통과하지 못하게 했다"며 "기존 체 방식의 필터는 나노섬유로만 이뤄져 있어 섬유 사이의 공간이 매우 좁아 숨쉬기가 답답했으나 나노보다 조금 더 직경이 큰 마이크로섬유를 같이 활용, 기공을 크게 해 통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키토산 나노위스커 코팅으로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을 달라붙게 해 외부물질의 포집능력을 높였다. 키토산 나노위스커는 양극(양전하)을 띠고 바이러스나 미세먼지 등 외부 물질은 보통 음극(음전하)을 띠기 때문에 자석처럼 음극의 바이러스가 양극의 키토산 코팅에 달라붙어 마스크를 통과하지 못한다.
정전기가 아니라 전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습기에 취약하지 않아 필터기능이 오래 유지되고 일시적 정전기 발생원리가 아닌 영구적 양전하 방식이므로 여러 번 재사용할 수도 있다.
새로 개발된 필터는 공기 중에 있는 바이러스 등 2.5㎛ 크기의 미립자를 98.3%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N95 필터의 성능 수준이다.
마스크 착용 전과 착용 후의 호흡 압력 차도 59Pa로 낮게 측정돼 통기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KF94의 압력강하는 70Pa로 측정된다.
특히 사용 후 쓰레기 분해 테스트 결과, 퇴비화 토양에서 28일 이내에 생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IF:15.84) 3월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Biodegradable, efficient, and Breathable Multi-Use Face Mask Filter'
연구팀은 필터 외에도 콧대 고정 철사, 마스크 풀림 방지 연결고리, 고무줄 등 마스크의 모든 부분을 생분해성 소재로 대체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황성연 바이오화학소재연구단장은 "이 기술은 국내기술을 응용했기 때문에 아이디어 특허에 가깝다"며 "향후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키 위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제품화에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는 아직까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매립할 수 있는 전용매립장이 없다"면서 "마스크를 생분해 소재로 대체하는 것은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중간과정인만큼 최종적으로는 퇴비화 매립장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