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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겔지수 20년 만에 최고치...코로나發 “집값 · 밥값 비중 높아”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 동반 급등
의식주 전체 소비지출 비중 최고치
의류 · 신발 구매 지출 비용, 최저치
“소비심리 위축 막아야 … 방역이 우선”

황수분 기자  2021.03.10 16: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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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황수분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의식주 지출 비용 비중이 높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된 지출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현대경제연구원(현경원)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소비에서 식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엥겔계수)은 12.9%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0년(13.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임대료 · 수도광열비 등 주거비 비중(슈바베계수)도 1.1%포인트 증가한 18.7%로 2006년(18.8%) 이후 가장 높다
현경원에 의하면 발전된 경제일수록 의식주의 지출 비중은 작아지고 자기 계발이나 여가 관련 소비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최근 코로나發 경제위기로 의식주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됐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기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의식주 관련 지출 비중은 감소하고 문화, 레저, 외식, 교육 등의 선진국형 소비 비중이 증가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發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다양한 원인으로 의식주 지출은 커지고 의식주 이외 지출이 감소하는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 하락’ 현상이 나타났다.

 

가계의 기본적인 생계비라 할 수 있는 의식주 지출 비중인 엥겔계수는 1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의 소비지출 중 기본적 생계를 위한 의식주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1%에서 2020년 36.8%로 1.7포인트가 급증했다. 


가계의 소비지출 중 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4%에서 2020년 12.9%로 1.5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년 만에 최고치다. 가계의 소비지출 중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슈바베계수는 2020년 18.7%로 1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가계의 의류 및 신발 구매 지출 비용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2%로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이와 같은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 급등의 원인으로는 먼저 공통적으로 경제위기 국면에서 미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점을 들었다. 


가계 소비 행태 자체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필수 소비 비중인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엥겔계수 급등은 식료품 물가의 상승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엥겔계수를 크게 높이는 원인이 작용했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입물가의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엥겔계수를 상승시키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주택시장 불안 요인의 슈바베계수 급등은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르는 전월세 비용 상승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 1.3%, 2018년 2.2%, 2019년 1.4%에서 2020년 3.8%로 급등했다. 이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을 유발하면서 전반적인 주거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택월세통합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 -0.2%, 2018년 -0.7%, 2019년 -1.1%의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2020년 7월 이후 증가세로 반전되어 2020년 11월 0.8%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의 기본 생계비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계 실질 소득 확충을 위해 재정정책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서 소비 심리의 과도한 위축 방지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방역을 유지하면서 체계적인 내수 진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는 소비라는 경제 지표는 이력효과가 매우 강하여 특정 경제충격으로 낮은 소비 수준이 장기화하면 경제충격이 해소되어도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의 조기 집행률 재고와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통해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의 변화 양상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보다는 방역 상황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소비 심리의 위축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진자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방역으로 경제보다는 방역이 우선시 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