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낙연發 '코로나 이익공유제' 의견 분분

여당 일각, 결국 '기업 팔 비틀기'
정의당 "선의에만 기대선 힘들어"…재난세 제안
국민의힘 "사회주의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

김세권 기자  2021.01.12 06:59:34

기사프린트

 

 

[시사뉴스 김세권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민생·경제 피해지원책으로 '이익공유제'를 화두로 던져 정치권 및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기업 등 피해가 덜하거나 이익을 본 경제주체들의 자발적 이익 공유를 통해 간접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이지만, 당내에선 사전 논의 없이 던져진 정책 화두를 놓고 당혹감도 감지된다. 진보야당 측은 한시적 재난특별세 같은 정면 돌파가 아닌 우회로를 택한 데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코로나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는 다양한 방식을 우리 사회도 논의해야 한다"며 "일부 선진국이 도입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강제하기보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도입하는 방안을 정책위와 민주연구원이 시민사회, 경영계와 함께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방식에도 여지를 남겼다.

 

정부와의 교감 여부에 대해선 "그렇지는 않았다"면서도 "당내에서 꽤 많은 상의가 있었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8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죄 없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일부 업종은 평소보다 훨씬 더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그런 그룹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에도 소득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초고소득자와 법인에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직전 과세연도보다 종합소득이 증가한 개인에게 세율 5%를 추가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장 의원 안이 한시적 특별세를 도입하는 것이라면, 이 대표는 '착한 임대인 운동'과 유사한 형태의 자발적 참여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세의 경우 도입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다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강제성이 없는 캠페인성 운동의 형태를 취한 셈이다. 당내에선 코로나19에도 높은 실적을 거둔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 등의 기금 조성을 통한 사회적 투자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다.

 

정책위 관계자는 "세금 신설의 경우 집행 과정에서 매우 진통이 심할 수 밖에 없다"며 "그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사회적 투자로 통합브랜드를 만들어주는 방식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선 당 정책위원회 내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부와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회의적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이익 공유란 개념이 갑작스럽게 나온데다 결국 '기업 팔 비틀기'로 출연금을 모은 과거 정권들의 기금·펀드 방식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기업) 비틀기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얘기도 없이 일단 던져놓고 보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통한 참여 유도에 대해선 "그렇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 완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지원하면서 건물주의 자발적 임대료 인하·동결을 유도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을 벌였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민주당에서 재난 발생시 임대료 인하를 강제하는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을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부터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유도한 '자발적 기부' 실적이 지난해 12월 기준 고작 2782억 원에 그친 것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은 당시 1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보편 지급을 결정하며 지원금 기부시 세액공제 15% 혜택을 제시하면서 고소득자의 기부를 독려하는 운동을 벌였지만, 모인 금액은 재난지원금 14조2000억원의 1.9% 수준에 불과했다.

 

진보야당은 이 대표의 '이익공유' 발상에는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패한 '착한 임대료 운동'의 재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나아가 코로나 재난세를 골자로 한 증세 논의의 공론화를 촉구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은 브리핑 통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검토하자는 제안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안이하다"며 "민간 참여를 전제로 했던 착한임대료 정책이 자영업자의 피눈물을 막지 못한 사실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특별재난세 법안을 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시작은 비슷하나 방법론적으로 완전히 결이 달라 아쉽다"라며 "선의에 기댈 게 아니라 우리가 같은 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당신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지니 연대한다'는 연대의식을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의 선의에 기대는 디자인으로는 연대가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야당은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말씀이 분란의 씨앗이다"라며 "사회주의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힘든 와중에 정당한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 기업과 국민의 희생 강요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정권의 발상, 참으로 무섭다"라며 "별 효과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한 착한 임대료 정책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했다. 나아가 "'자발적 참여'란 말로 포장해도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것이 혹시 여당의 숨은 의도가 아니길 바란 뿐이다"라며 "고루 잘 살게 하는 것은 국민이 위임한 정부여당의 책임이다. 그 책임마저 버겁다면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