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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박스’ 피해 급증… 약관엔 반품가능, 상품설명엔 불가?

이용약관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자체 규정
후기엔 부정적 의견 없이 칭찬 일색

조아라 기자  2017.07.12 1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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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랜덤박스’의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용약관에는 반품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으나, 상품 광고에서는 반품이 불가하다고 안내하면서 소비자의 반품 신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1) A씨는 지난 3월 말 B업체에서 랜덤으로 향수를 구매했다. 수령 후 “향수 구성이 별로였다”는 내용의 후기를 올리려고 했으나 글이 올라가지 않았다. 업체에 문의했더니 이용약관에 따라 “욕설, 비방 글은 시스템 설정으로 삭제 처리된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가 후기에 욕설이나 비방하는 내용을 쓰지 않았음에도 후기가 삭제된 것. 해당 업체에 게재된 1500여건의 상품 후기에는 대부분 “유명 브랜드 또는 고가의 향수를 받아 만족한다”는 글밖에 없었다.


사례2) 지난 1월 D업체의 랜덤박스를 구매한 B씨는 택배 박스를 열어본 후 상품이 지불한 금액에 비해 현저히 낮아 바로 반품 신청을 했다. 그런데 업체는 B씨에게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 및 환불은 불가하다”라고 답변했다. 업체는 전자상거래 법에 명시된 ‘상품의 현저한 가치 하락’을 랜덤박스의 ‘택배 박스 개봉’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반면 소비자는 ‘상품의 현저한 가치 하락’이란 ‘상품의 사용’을 말하며 박스 개봉만으로 가치가 하락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전자상거래 법 적용 대상여부를 판단 받고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사례3) C씨는 지난 3월 판매후기를 보고 H업체의 향수와 시계를 구매했다. 정품만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구매했으나 수령하고 보니 시계는 시곗줄과 몸체가 제대로 결합도 돼 있지 않고, 향수는 박스와 향수병의 넘버가 달라 가품으로 의심됐다. C씨는 업체에 반품 및 환불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 4월27일부터 5월4일까지 일주일간 확률형 상품 서비스(랜덤박스, 럭키박스, 시크릿박스 등의 명칭으로 판매되며 브랜드와 가격이 제각각인 제품을 무작위로 박스에 담아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약관을 분석했다. 1372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2016년 한해 동안 38건이 접수됐다. 특히 2017년 상반기(1월~6월)에는 119건으로 급증했다.


확률형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20곳의 이용약관과 해당 업체의 27개 상품 판매 정보 및 판매 홈페이지의 자체 규정 조사를 분석한 결과, 확률형 상품 서비스 제공 업체의 이용약관과 광고 화면의 반품 규정 등이 불일치해 소비자 오인 및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20개 업체 중 19개 업체가 이용약관을 게시하고 있으며, 19개 약관 모두 청약철회 조항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며, 20개 업체 총 27개 확률형 상품 중 22개 상품에서 광고면에 별도로 ‘반품 및 교환 규정’을 게시하고 있었다. 전자상거래 법’에 의하면 소비자는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상품 구입 시, 수령 이후 7일 이내에 단순 변심에 의해서도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광고면에 ‘반품 및 교환 규정’을 게시한 22개 상품 중 17개 상품은 이용약관과 달리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표시돼 있었다.


상품 구성 정보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는 △시중 판매가의 정보가 없는 경우 18건(66.7%) △구성품 개수가 없는 경우 17건(63%) △브랜드명이 없는 경우 14건(51.9%)으로 나타났다. 또 사진 정보가 없거나 불충분한 사진 나열 후 ‘그 외 다수’, ‘사진은 예시입니다’, ‘쇼핑몰의 인기 상품으로 구성’ 등의 문구를 병기한 사례도 21건(77.8%)으로 조사됐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상품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허위·과장 광고 판단이 어려워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사 대상 쇼핑몰의 이용약관 중 허위·과장 광고 관련 청약철회 조항이 마련돼 있는 경우가 94.7%로 나타났으나 확률형 상품 서비스의 특성상 허위 과장 광고를 판단할 근거가 부족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광고에 인지도 및 비용이 높은 상품은 눈에 띄게 배치한 반면 그렇지 않은 상품은 ‘그 외 다수’, ‘사진은 예시일 뿐이다’ 등 부가 설명을 게시하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상품 평가 기준(브랜드, 인지도, 상품의 질 등)의 경우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가 허위 과장으로 불만을 제기해도 이용약관을 적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20개 업체 27개 상품의 후기 내용을 조사한 결과, 상품에 긍정적인 글 위주로 돼 있는 경우가 13건(48.2%)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