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공무원들이 저감장치 보급실적을 높이기 위해 멀쩡한 차에 수백만원짜리 매연저감장치를 달게 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는 등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정을 펼쳐왔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폐차하는 것이 수도권 대기환경에 일조하는데 마땅한 수십년 지난 고물차량에 700만원짜리 매연저감장치를 달게 하는 등 어이없는 예산낭비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보급실적에 눈이먼 공무원들의 행태로 인해 낭비된 국민혈세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돼 추가적인 징계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감사원은 25일 환경부가 2005년부터 10년간 총 5조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 중인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 중 핵심사업인 '경유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사업 추진실태'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997년식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2005년식 차량보다 18배나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후 차량을 가능한 한 빨리 폐차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으로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초과하는 노후 경유자동차를 폐차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을 '차량 기준가액의 50%'로 제한하는 규정을 손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차 시세의 절반 정도의 보조금만 지급해온 셈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이처럼 조기폐차 보조금은 적게 지급하도록 놔둔 채 배출가스 저감장치 보조금은 대당 70만~776만원까지 지급하도록 해 차량 소유자들이 보조금 혜택이 적은 조기폐차를 기피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2005년 이후 조기폐차 실적이 목표치인 3만1000여대에 훨씬 못미치는 2700여대에 불과한 데도 환경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자체 조사결과 차량의 가격이 저감장치 가격보다 싼 경우가 전체의 59%에 달했다"며 "50만원 상당의 차량에 700만원 가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배출허용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에만 매연 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하는데도 이의 보급 실적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멀쩡한 자동차에 저감장치를 마구 부착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자체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6년에 저감장치 부착 경비를 지원받은 11만6687대 중 44.1%에 이르는 5만1411대는 '배출가스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나머지 차량 중 3만4458대는 아예 배출가스 검사를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또 "이로서 낭비된 지원금액이 1506억원에 달한다"며 "저감장치 부착 경유차에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하는 규정에 의해 못 거둔 금액도 132억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예산 낭비한 졸속행정
그렇다면 환경부가 뭘 믿고 이같은 졸속행정을 폈을까? 발단은 ‘수도권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라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2014년까지 절반가량으로 줄이기로 하고 2004년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착수한데서부터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저감 장치를 다는 경유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환경부는 편법을 동원했다.
법령에는 배출가스 검사 결과 부적합 차량에만 저감장치를 달도록 돼 있지만 환경부는 법령을 무시하고 총 중량이 5.5t을 초과하는 대형 차량은 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저감장치를 부착하도록 시행규정을 바꿨다. 실적에 따라 법규마저 바꿔버렸다는 소리다. 그 결과 경유차 5만1411대가 검사를 통과했는데도 저감장치를 달게 됐다. 이로 인해 1506억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됐다.
환경부는 중형 저감장치를 달아도 되는 차량 7039대에는 대당 47만원이나 비싼 대형 저감장치를 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보조금 33억원이 낭비됐다. 또 트럭 등 건설기계류는 일반 경유차에 비해 미세먼지를 훨씬 많이 배출하는데도 저감장치를 부착할 경우 쉽게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우를 범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관리도 엉망
저감장치 승인 절차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인증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부실한 장비가 인증시험을 당당히 통과했다.
이로 인해 저감장치를 단 차량 중 상당수가 여전히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해 매연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는 일부 용역기관의 부실한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 뒤 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사업비 380억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외에도 환경부는 중형 장치로 충분한데도 굳이 대형장치를 부착토록 해 33억여원의 예산이 낭비되게 했으며 저감장치 성능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고 인증을 내줘 과반수의 저감장치가 고장난 채 차량에 부착되게 했다. 저감장치 제조원가 과다 계상으로 700억여원 사업비 낭비 등 사실이 이번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즉각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예산을 멋대로 낭비하고 상부 기관에 허위 보고를 한 환경부 국장, 과장급 공무원을 포함한 8명을 징계처분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