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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유해성분 공포’

가습기부터 치약까지… 화학물질 퇴출로 확산되나

조아라 기자  2016.10.10 0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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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수많은 사망자를 낸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시작된 ‘유해성분 공포’가 생활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통해 유해성분의 흡입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거나 중증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정부 당국에서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디안’, ‘송염’ 등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개 제품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검출돼 지난달 26일부터 전량 회수에 들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은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원료 매입 단계부터 철저히 관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원료를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제품에 대해 원료관리를 비롯한 생산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치약·화장품·구강청결제(가글액)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수조사 결과, CMIT/MIT가 혼입된 원료를 사용한 치약은 △아모레퍼시픽(12개)을 비롯해 △부광약품(21개) △국보싸이언스(1개) △금호덴탈제약(103개) △대구테크노파크(2개) △동국제약(4개) △성원제약(3개) △시온합섬(1개) △시지바이오(1개) △에스티씨나라(1개) 등 10개 업체가 판매하는 149개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들은 모두 같은 원료공급업체로부터 CMIT/MIT가 함유된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공급받아 치약 제조에 사용했다.



소비자 “안전한 수준? 못 믿겠다”


아모레퍼시픽 치약의 경우, 식약처 검사에서 CMIT/MIT가 0.0022∼0.0044ppm 검출됐다. CMIT/MIT는 전 세계적으로 치약 보존제로 사용된다. 미국은 CMIT/MIT를 치약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최대 15ppm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 및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 3종만 치약의 보존제로 허용하고 있어 치약에는 사용할 수 없다.


식약처는 “회수 대상 제품의 CMIT/MIT 잔류량은 극미량”이라며 “양치한 후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제품의 특성상 인체 유해성은 없다”고 전했다. 또 “유럽 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의 위해평가 결과 치약에 15ppm이 함유돼 있을 경우, 하루 치약 사용량의 잔류량이 모두 흡수되더라도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발표에도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 소비자 14명은 9월28일 서울중앙지검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원료공급업체 관계자, 식약처 담당 공무원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현재 메디안 치약의 시장점유율이 20%, 송염치약이 5%가량인 것으로 봤을 때 전 국민의 1/4이 잠재적 피해자”라며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도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제기된 생활용품의 유해성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치약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자동차 워셔액(유리 세정액)이 맹독성 알콜인 메탄올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어,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기청정기 및 에어컨 항균필터에서는 제품 사용과정에서 CMIT와 유사한 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월8일에도 헤어제품 등의 화장품과 물티슈에서 CMIT/MIT가 검출됐다.


가습기살균제 성분 치약을 비롯해 대부분의 논란들이 “노출되는 양이 적어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알려졌지만, 소비자들은 이 같은 설명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논란이 제기된 제품들이 생활에 밀접한 제품인 만큼, 누구든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앞선 사례들을 통해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정부의 약한 규제와 기업들의 책임 회피로 인해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확실한 사후 대책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실제로 생활용품에 사용된 유해성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도 피해 구제 및 피해방지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지난 10월4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특위는 진상 규명, 피해 구제, 피해방지대책 수립 등 세 가지 목표 아래 청문회를 열고 활동을 전개해왔으나 진상 규명만 일부 했을 뿐 피해 구제, 피해방지대책 수립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며 특위 연장을 촉구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또한 특위 연장을 요구하면서 “옥시를 비롯한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의 추가 혐의를 밝히기 위한 확대 수사가 필요하다. 유해성분에 의한 피해 기준을 확대하고 피해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특위 활동의 부족함에 대해 지적했다.




정부 “방향·탈취·세척제에서도 퇴출 추진”


화학물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 확산이 생활용품의 화학물질 사용 자제 및 제한으로 이어질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잇따른 유해성 논란에 정부가 국민 불안감을 고려해 CMIT/MIT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9월30일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는 방향제, 탈취제, 식기 세척제 등 위해우려제품에 CMIT/MIT 물질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CMIT/MIT는 화장품과 의약외품 중 씻어내는 제품 등에 최대 15ppm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방향제 탈취제 등 생활 화학용품에 대해서는 사용 제제나 사용량 제한이 없는 상태다. 특히 스프레이형 제품은 입이나 코 등을 통해 흡입될 우려가 있어 조치가 시급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방향제나 탈취제 등에서 CMIT/MIT을 사용하지 않도록 위해우려제품안전표시기준 고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식기 세척제의 경우, 사람이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야채·과일을 씻는데 사용하는 ‘1종’에는 CMIT/MIT와 같은 독성 물질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식기와 조리기구 등 식품용 기구(자동식기세척기)를 씻는데 사용되는 ‘2종’과, 식품의 제조장치, 가공장치 등 제조·가공기구용 기구를 씻는데 사용하는 ‘3종’은 CMIT/MIT를 원료물질로 사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세척제에 CMIT/MIT 성분을 쓰지 않고 있는 업체가 많고, 설사 사용하더라도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구면 안전에는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CMIT/MIT에 대한 안전 우려가 높은 만큼 고시를 개정해 해당 물질을 퇴출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보건산업진흥원에 세척제의 안전성과 관리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현재 세척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세척제에 사용되는 320여종 성분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연말에 연구용역 결과와 실태조사 결과 나오면 내년 초께 고시를 개정해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