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기자 2016.05.12 20:39:53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유통업계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 철수 바람이 불고 있다. ‘옥시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통사들도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속속 철수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판촉행사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자 부랴부랴 ‘단계적 판매 축소’ 방침을 밝혔던 대형마트들은 “판매 중단은 어렵다”며 유독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과 4일 소셜커머스 업체 3사(위메프, 쿠팡, 티켓몬스터)가 옥시 제품 판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3사는 즉각 옥시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제품 관련 페이지 수정에 들어갔다. 각 업체에 입점한 파트너사에도 협조를 요청해 검색 시에만 노출되던 제품 판매도 모두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소셜커머스에서는 ‘옥시’가 아닌 ‘파워크린’, ‘쉐리’, ‘에어윅’, ‘물먹는 하마’ 등 옥시의 대표 상품들을 각각 검색해도 관련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브랜드의 동종 제품과 함께 판매되던 페이지에도 옥시 제품을 모두 품절 상태로 전환해, 옥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해 놨다.
지난 9일에는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업계가 옥시의 전 제품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신규 발주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매장에 남아있던 제품마저 모두 철수하겠다며 ‘즉각 철수’ 의지를 밝혔다.
소셜커머스와 편의점업계가 옥시 제품 판매 중단 결정 이후부터는 기민하게 움직인 것에 반해 대형마트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형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소셜머커스와 편의점업계보다 먼저 옥시 제품 최소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실행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말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지난 3일에는 롯데마트가 옥시 제품을 판촉 행사에서 제외시키고 진열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발표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옥시 사태’ 이후 대형마트들이 옥시 제품을 대상으로 원플러스원(1+1) 등의 판촉 행사를 벌여,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즉각 철수’가 아닌 ‘점차적 축소’라는 소극적 철수 입장 발표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철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지난 4일 오후 시사뉴스가 대형마트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상당수의 옥시 제품이 여전히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수많은 제품이 1+1으로 묶여있거나 소형 상품이 끼워져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 한 지점의 경우에는 ‘옥시크린’ 묶음 상품에 옥시와는 관련이 없는 5개들이 인기 라면이 무료증정품으로 붙어있었다. 한 홈플러스 지점에서는 옥시 제품에 ‘행사 상품’이라는 팻말을 붙여놓기도 했다. 또한 ‘옥시크린’ 묶음 상품에는 옥시의 습기제거제인 ‘물먹는 하마’ 소형 상품 여러 개를, ‘쉐리’에는 리필 상품을 증정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뜨겁게 일고 있어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말한 ‘점차적 축소’란 ‘남은 제품이 모두 팔릴 때까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옥시 제품 최소 운영 방침으로, 판매 중단은 어렵다”며 “1+1이나 묶음상품, 소형 상품 증정 등은 마트 측이 아닌 옥시 측에서 기획 상품으로 만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12일 롯데마트 관계자는 “엔드 매대(각 진열대의 끝 코너로 소비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핵심 위치)에는 즉시 철수했다”며 “옥시 제품의 대체 상품이 없어 판매 전면 중단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옥시 제품과 함께 옥시와는 관련이 없는 라면이 증정된 데에 대해서는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특별한 입장 변화는 없다”며 “옥시 제품의 진열은 기존보다 절반 정도 축소됐으며 현재 진열된 제품도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사상품’이라는 팻말에 대해서는 “본사 방침이 매장에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다소간의 시차가 발생했거나 단순 실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기존 대비 절반가량 진열이 축소된 상태로, 판촉 행사도 모두 중단됐다”며 “판촉 행사 중단은 구색을 갖춰놓되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발주를 중단했음에도 매출이 줄어 현재 두 달 정도의 재고분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옥시 불매운동에 이어 소비자단체들은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라”며 여전히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유통사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옥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사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옥시 제품 철수와 관련해 유통사들이 받게 될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