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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의 생명력은 뫼비우스의 띠인가?

시사뉴스 기자  2002.12.12 0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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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카드사의 생명력은 뫼비우스의 띠인가?

건전성 대폭 강화 불구, 다단계 카드모집 처벌규정 없어







얼마 전 은행 겸영 및 전업 카드사들이 현금 대출 비율을 줄여나가지 못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거 주의성 경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 위험 수위에 달해 있는 가계 대출과 관련해 카드사로까지 억제 대책이 확대되었기에 요즘 카드사들은
다른 통로로 떨어진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할 것이다.



대출업무 비중을 50% 이하로.



당국의 억제 대책의 골자는 카드사의 대출 업무 비중을 50%이하로 줄이는 직접적인 규제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카드사들이 대거 주의성 경고를
받은 이유가 바로 2004년 1월부터 시행될 현금 대출 업무를 50%로 줄이는 계획에 앞서 2003년 말까지 적용될 ‘스스로 세운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한 7개사는 전업 카드사 중 국민, 외환, 현대 3개사이고, 카드 겸영 은행은 조흥,
서울, 국민, 농협 등이다. 이러한 당국의 규제에 대해 박상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21일 신용카드학회 정기세미나에서 ‘현금대출 축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초고금리 사채에 의존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아 수많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자율기능과 건전성 규제강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하기도 하였는데, 비현실적인 규제로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다단계 카드모집 처벌 규정 없어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금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무분별한 카드 발급의 한 원인이었던 신용카드 모집인의 등록을 법제화하기 위하여 신용카드
회원모집인의 등록제 실시와 신용카드 회원을 보호하기 위한 약관의 서면교부 의무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이 8월에 입법예고(2002년
4월 실시 예정이었음.) 된 바 있으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문제의 내용은 바로 다단계 방식의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있어
‘규제’가 아닌 ‘허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전법 개정안 제14조 제3항 ‘약관서면교부’에 관한 단서조항에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에 의해 신용카드, 직불카드를 발급하는 경우에는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 16조를 우선해 적용한다’는 내용이 삽입됨으로서,
사실상 다단계 방식의 신용카드회원 모집이 가능해 졌다. 또한 여전법 개정안 제14조의2는 신용카드사와 카드회원모집에 관한 업무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의 임직원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함으로서, 다단계 판매업자와 신용카드사의 제휴를 통한 카드회원 유치가
가능해졌다. 거기다 모집인 자격 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 기준이 없어,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반발로 법안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시행령이 내려질 시기까지 ‘다단계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대한 규제는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사람 좋은 것도 흠이 되는 세상



재미있는 사실은 국가의 법이 카드사를 규제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돕게도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 어이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개인워크아웃’ 제2호 신청자인 H씨(여. 23세)이다. 그녀는 지난 2001년 12월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친구에게서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세상물정 잘 모르고, 서울에 와서도 줄곧 간호사로 한 곳에서만 열심히 일하던 H씨는
쉽게 거절을 못하고, 현금서비스로 2~300만원 가량을 빌려 주었다. 그 후 또 빌려주지 않으면,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가겠다며 협박을 하기
시작하여, 회사로 집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하는 등의 회유 끝에 결국엔 H씨 명의로 7개의 카드를 만들게 하여, 현금서비스와 대출 그리고
물품구매 등으로 2천만원 가량의 카드빚을 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H씨가 근무하는 병원 원장님의 도움으로 고향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였으나,
돈을 갚지 않고 형을 살겠다는 ‘황당한’ 선택으로 카드빚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 일이 터지고 난 후 가까운 원장님에게만 알린 H씨는 또다시 원장님의 도움으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었다. 카드빚 2천만원에 연체이자가 500만원이상 불어난 상태에서도 ‘이제는 마음이 편안하다’는 H씨는 “사람은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 좋은 길이 열리게 되므로, 현재의 상황에 좌절하지 말고 잘 극복하길 바란다”며 자신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위해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원금 회수가 불가능할 때 카드사들은 그들의 부채를 신용정보회사에 원금의 5~10%로 팔아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신용불량자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으로 적어도 원금 회수가 가능해진 각 금융사들에게 ‘개인워크아웃’은 오히려 득이 되는 제도이다.
더 많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 및 고등학교에서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법’이 교양강좌와 특활시간에 포함될 예정에 있다. 젊은 층의 무분별한 카드사용을
막기 위함이다. 같은 맥락으로 추후 각 카드사와 ‘개인워크아웃’제도의 고마움을 느끼게 될 미래의 신청자들에게 있어 주지해야 할 사항은 양쪽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쓴다거나 하는 얄팍한 욕심을 거두는 것이다.














터 뷰
    -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기획홍보팀 김승덕
팀장






“아직은 시행초기 단계, 많은 시행착오 거쳐야”




‘개인워크아웃’이라는
선진국형 제도로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 지원업무를 시작하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카드빚으로 고통 받는 약 250만명의 신용불량자들
중 25일 현재 30명 가량의 신청을 받았다. ‘개인워크아웃’은 어떠한 절차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심의위원회와 사무국으로 나뉘어지며 사무국은 다시 지원 심사부와 관리부로 나뉘어 집니다. 두 부서에서 심사, 상담, 심의관리,
이행관리 및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약 80명 가량의 인원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각 금융사에서 파견이 되거나 계약직의 형태로,
내년 3월 정규직원 모집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금상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 신청자가 적은 걸로 알고 있는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워크아웃’신청자는 비록 신용불량자이지만, 지불능력이 있는 직장인들입니다. 신청접수를 위한 서류 준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2일정도) 걸리므로,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신용불량자인 이상 서두르지 않는 점도 있습니다.



- 금융권의 신청 창구 부족도 지적되고 있는데.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위한 제출 서류가 11종류나 됩니다. 각 금융사별로 접수를 위한 직원교육이나 전산작업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창구 개설을 하지 못했던 걸로 압니다. 국민은행은 현재 직원 교육중이며, 조만간 모든 영업점에서 신청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신용회복지원회에 본인이 방문하기만 하면 신청 절차를 끝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방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개인회생제도와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개인회생제도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이며, ‘개인워크아웃’은 각 금융사들이 연합하여 만든 제도입니다. ‘개인워크아웃’ 같은 경우,
현재는 2단계로 3개 금융사에서 5천만원 이하의 금액을 빚진 사람에 한해 신청을 받고 있지만, 개인회생제도의 경우 금액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주거와 직업에 제한을 두고 본인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 ‘개인워크아웃’ 신청을 위한 ‘고의 연체자’등의 판별 기준은?



제 개인적인 생각은 ‘고의 연체자’가 있을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개인워크아웃’신청자는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일부러 신용불량자가 되어 연체이자를 불려가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도덕적 해이’로 간주되는
사람은 신청자격 미달로 탈락 대상이 되며, 규제조항은 신용불량자 등록 5개월 이내에 부채 증가가 원금의 30%이상 늘어나는 등
약18가지 조항이 있으므로 오히려 신청 조건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현재 상담을 통한 의견 수렴 등으로 더 많은 신용불량자들의 신용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 교육과 신용불량자 회생 및 사후관리제도 도입 등으로 ‘소비자보호원’ 성격을 띤 모델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