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게 유리하게 진행돼온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16일 정성진 법무부장관에게 검찰이 BBK사건을 재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2000년 1월 광운대 발언 동영상 상황을 보고 받은뒤 정성진 법무부장관에게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국민적 의혹 해소와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철 민정수석이 발표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를 전하면서 전해철 민정수석은 "이명박 후보가 2000년 1월 BBK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는 내용을 담은 본인의 육성 동영상이 공개됐다"며 "이 후보의 BBK 관련 여부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으나 국민적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고 오늘 공개된 이명박 후보의 육성 동영상은 그동안 국민이 품었던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더욱 더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검찰 재수사 지휘권 발동 검토를 지시하면서 "다만 현재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지시를 "대선 막판 대통합민주신당을 지원하겠다는 청와대의 노골적 선언" 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정권교체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청와대가 정권 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마각을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재수사든 특검이든 모두 얼토당토않은 것"이라면서 "정동영, 이회창 그리고 청와대가 북치고 장구치는 정치공작 놀음을 유권자 혁명으로 분쇄하겠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측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재수사는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 최재성 대변인은 "그동안 청와대가 검찰의 BBK 수사내용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국민여론 비판과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서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재수사는 검찰이 아닌 특별검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내일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특검에 의한 재수사가 이뤄진다"며 "청와대는 특검을 수용할 것인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 류근찬 대변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지만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부분은 환영한다"면서도 "대선을 불과 3일 남겨두고 이루어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까지 일정상 다소 촉박하다. 혹 특검처리를 물타기하려는 청와대의 의도는 없는지 우려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노 대통령의 재수사 지휘권 지시는 당연한 일"이라며 "청와대의 조치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의 정치적 경호실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재수사뿐 아니라 이명박 특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계기"라고 적극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