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지난해 유통기업들은 경기 불황 돌파구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기업구조개편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이고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는 등 생존을 위해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추정 매각가 3조원의 코웨이를 비롯해 킴스클럽, 동부익스프레스, 대우로지스틱스 등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올해도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유통업계 M&A시장을 집중 조명해본다.
유통기업들이 경기 불황 돌파구로,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부진한 사업은 자산 매각, 사업 정리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핵심사업과 신사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M&A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저성장 기조에서 생존을 위한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오너 중에 한명이 바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2004년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 이후 수많은 인수합병을 성사시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그룹 매출도 2004년 23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1조원을 달성하며 6년 새 무려 3배로 불었다. 이 기간 인수합병(M&A) 건수는 30여 건을 육박한다.
지난해는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인수가 3조원에 달하는 롯데그룹과 삼성그룹SDI의 케미칼 사업부분, 삼성정밀화학의 빅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삼성그룹과의 화학분야 빅딜을 통해 롯데그룹은 또 다른 미래 신성장동력 양 날개를 장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바탕으로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더욱이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빅딜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까지도 가능하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내수를 중시했던 신격호 총괄회장과는 달리 해외와 M&A 등에 우선순위를 두며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는 것도 롯데가 가진 숨은 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 신동빈 회장과 함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인물이 바로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하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다.
다국적 기업 피앤지(P&G) 출신인 차 부회장은 2005년 CEO로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15차례의 M&A를 성사시켰다. 그동안 LG생활건강은 연 매출이 4배 상승해 4조6700억원(2014년 기준)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7배 수직상승해 5000억원을 돌파했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2007년),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해태음료(2011년) 등을 인수하면서 음료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음료 분야는 LG생활건강 사업구조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1위 롯데칠성과 격차는 날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선점해 화장품과 의약품을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분야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은 매물이 쏟아지면서 M&A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코웨이, 씨앤앰 등 지난해 매각이 안 돼 올해로 넘어온 대형 매물을 비롯해 주요 매물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삼성-한화, 삼성-롯데, SK-CJ 그룹 간 '빅딜'에서 촉발된 재계의 자발적 사업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예상치 못한 '빅뱅'이 일어날 경우 M&A 시장 규모가 급팽창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몸값 3조원'에 달하는 생활환경가전기업 코웨이가 M&A 시장의 대어로 꼽힌다. 코웨이의 새 주인자리를 놓고 외국계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2012년 웅진사태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 매각되면서 2013년 1월 '웅진'을 떼고 코웨이로 사명 변경된 지 3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코웨이의 최대주주는 코웨이홀딩스로, 지분 30.9%를 보유 중이다. MBK는 코웨이홀딩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코웨이 측은 최대주주인 코웨이홀딩스가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며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현재 코웨이 인수전에는 GS리테일, SK네트웍스 등 다양한 인수후보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 매출 1조원에 달하는 킴스클럽도 관심사다. 이랜드는 현재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에서 킴스클럽을 재무적으로 분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잠재인수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할 예정이다.
킴스클럽 잠재인수후보군으로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유통기업과 함께 서울 진출을 노리는 탑마트, 메가마트 등 지방의 대형 마트 등이 꼽힌다.
이밖에도 물류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부익스프레스와 대우로지스틱스, 국내 3대 가구 브랜드인 보루네오가구와 법정관리 중인 이에프씨(에스콰이어, 영에이지)도 매각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M&A 시장 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가격이 치솟을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매물을 독차지하면서 먹거리에 굶주린 PEF 운용사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통대기업들의 M&A를 통한 사업구조 재편이 활발히 진행됐다"며 "올해도 좀처럼 경기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통기업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 등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M&A에 나서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다만 중국발 글로벌 경기 위축과 금리 상승 기조 전환에 따른 M&A 인수금융(대출) 비용 증가 우려 등이 숙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