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수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제안한 '반 이명박 연대'가 다른 당의 불참으로 불발되면서 대통령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 범여권의 후보단일화가 최대 변수로 남아있다.
주말께 단일화될 것으로 보았던 정치권의 전망과 달리 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간 후보단일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범여권은 더욱 다급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 후보는 "신당의 국회의원 140명은 5년 전의 구(舊)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연일 정 후보의 사퇴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
문 후보는 9일 광주에서 지지자들과 가진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신당은 이후 선거에서 200대 0으로 무너진 실패한 세력"이라고 혹평했다.
문 후보는 "부패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도울 것은 도와야 하나 신당 쪽에서 세력 중심의 단일화만을 요구했다"면서 "지난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는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문 후보는 그러면서 "부패하지 않은 후보, 실정에 책임이 없는 후보, 경제 비전이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광주가 기폭제가 돼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바다에 문국현을 띄워달라"고 호소했다.
문 후보는 전날 오후 광주에서 가진 유세에서도 "우리가 내세운 가치와 정책에 200% 동의한 정 후보는 지금이라도 참여정부의 실정에 책임지고 결단을 내려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달라"며 정 후보의 사퇴를 요한 바 있다.
단일화를 거부한 듯한 문 후보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다급해진 신당 측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정동영 후보로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문국현, 이인제 후보로의 단일화하는 경우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어떤 경우에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절대적 우세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조사된 상황에서 단일화마저 막판 무산될 경우 대선승리는 물건너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기다 이인제 후보측도 "우리 후보는 단일화의 단자도 꺼내지 말라는 입장"이라며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동영-문국현-이인제 단일화 속에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막판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20%가 넘는 부동표의 향배에 따라 대선승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때문에 이명박 40대 범여권 25, 이회창 15% 수준인 상황에서 단일화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여론조사 발표 허용시점(12일)과 부재자 투표(13~14일) 이전까지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시간도 촉박한 상태다.
한편 한나라당은 BBK이슈가 사라지고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마저 터덕거리는 현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 "대권행의 마지막 걸림돌은 없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창의 선택은?
범여권의 단일화 못지않게 이명박 대세론 속 창의 사퇴여부도 정치권의 관심사다.
이 후보가 BBK주가조작 연루의혹에서 벗어나면서 다소 '주춤세'를 보였던 그의 여론 지지율은 다시금 '부동의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들이 그동안 BBK로 좀 불안해했지만 이 후보가 그동안 부당한 공격을 받았음이 확인된 만큼 조만간 지지율도 50%대를 넘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그간 2위를 지켜온 이회창 후보의 경우 출마 명분의 하나로 내세워온 이른바 '스페어 후보론'이 힘을 잃으면서 이번 여론조사에서 살펴보듯이 이미 3위로 떨어졌다. 더구나 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문국현 후보 등과의 단일화 문제 또한 "사실상 무산"이란 언론보도 속에서도 여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선거 1주일 전인 오는 12일 '마지막 여론조사' 때까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한자리'대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면서 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탈당 및 출마 선언 이후 자신들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를 위해선 보수 진영이 분열돼선 안된다"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한편으론 "출마 명분이 없다" "새치기다"고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우리 한나라당의 영원한 총재님이다"며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강온 양면 전략'을 구사해왔던 것.
그러나 이회창 후보측은 이명박 후보를 '무늬만 보수'라고 몰아붙이며 한나라당과의 대립 전선을 확실히 그어온 데다, 이회창 후보 본인 또한 지난 7일 "큰배는 작은 물결에 흔들리지 않는다.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일희일비할 이회창이라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다"고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이회창 후보가 검찰의 BBK 관련 수사 발표를 거듭 문제삼고 있는 점을 들어 "이회창 후보야말로 법조계 원로로서 평생 법과 제도 속에서 살아온 분이다. 그런 분이 우리나라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의 발표를 못 믿겠다니 이해가 안 간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출마 명분이 무너진데 대한 허탈감 때문이지 본심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워낙 세게 달려왔으니 '급제동'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주변에선 "(이회창 후보가) 출마를 접기엔 너무 멀리 왔다. 시기를 놓쳤다" "결국 창(昌) 측이 기대하는 건 MB(이명박 후보)가 '테러'를 당하든지 어떻게든 선거를 치르지 못하는 것 아니겠냐"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이회창 후보측이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사실상 내년 총선 체제로 돌입한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 이명박 후보와 같은 뒤를 걸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